배우 김호정이 '프랑스여자' 다운 분위기를 한가득 머금고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그는 30년 가까이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약했지만 여전히 스스로를 '낯선' 배우로 표현했다. 그리고 영화 '프랑스여자'에서 그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는 못하는 낯선 경계인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며 연기해냈다.  

'프랑스여자'는 연극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미라가 남편과 이혼한 후 20여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만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김호정은 현실의 벽에 막혀 꿈을 접고 프랑스에 정착한 미라 역을 맡았다.

김호정은 이번 영화에 대해 "상업영화는 아니다"고 정의하면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요즘이 오히려 영화를 보기 좋은 시기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담아 소개했다. "주변 환경이 다 편안하고 일상적이면 오히려 영화 보기가 더 힘들 것 같아요. 지금처럼 힘들때 내 삶에 대해 잘 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은 시간들을 나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떤 분들은 코로나19 사태 때 개봉해서 아쉬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지금 공감가는 부분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해요. 관객분들 반응도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주변에 두 번 보신 분들도 처음엔 어렵다더니 두 번째 보더니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김호정은 특히 영화계에선 봉준호, 임권택 감독의 작품을 비롯, 흔히 독립영화, 작가주의 영화라 불리는 작품 다수 출연했다. 많은 감독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가 '낯선' 배우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가 그런 작품들만을 원하는 건 아니라며 영화계의 상황과 개인적 취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아는게 아닌 낯선 배우기 때문이죠. 그분들이 제 연극을 보실때 저의 낯선 이미지를 원해서 캐스팅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 상업 영화 중에 여성이 재밌게 할 만한 영화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여성이 주도하는 영화는 독립영화가 많죠. 제 취향이 꼭 그런건 아니에요"

"연극을 해서 그런지 비극을 좋아해요. 그게 연기할 때도 재밌어요. 근데 그게 부각되다 보니 그런 작품들이 많이 들어와요. 사실 코미디도 많이 했거든요. 근데 많은 분들이 잘 모르세요"

이번 영화는 연극을 함께 했던 네 친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자연스레 연극에 대한 얘기, 예술에 대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김호정은 "그 분야와 다소 떨어진 관객이 보기엔 어려울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연극배우로 데뷔한 자신은 공감가는 요소가 많아 재밌었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대화가 엄청 많은데 많이 잘라냈어요. 그게 흥미로워요. 너무 재밌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희곡도 아는 것들이고. 근데 일반 관객분들은 생소할 수도 있을 거예요.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때 20대때 가졌던 연극에 대한 열망이 너무 공감되더라고요. 뒤돌아보니 내 얘기같았어요"

"여성 감독님이다보니 극중 장면중에 침대에서 뭘입고 자느냐하는 얘기까지 나눴어요. 그게 처음엔 반바지 티셔츠였는데 '난 프랑스여자라면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고, 제가 하얀 속옷 같은 걸 가져왔어요. 그런 것들이 영화에 이미지를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식으로 하나씩 같이 만들어갔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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