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김호정이 연기한 미라는 프랑스에서 정착해 20년간 살면서 통역사의 길로 접어든 인물이다. 프랑스어 연기는 필수였다. 30년 연기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워 감정표현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혹은 관록으로 난관을 헤쳐가며 베테랑의 품격을 스크린에서 보여줬다.

"한국에 있는 배우들과 할 때는 '그냥 듣자. 튀지말자' 생각하고 연기에 들어갔어요. 반면에 프랑스 배우와는 약간의 감정 연기 같은 것들이 필요했거든요. 연기가 튀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불어는 사실 대본에 있는 걸 외우는 식으로 했죠(웃음). 불어 선생님한테 맞나 틀리나 봐달라고 하면서. 한번은 (남편 역인) 프랑스 배우가 왔는데 제 대사를 듣더니 영어는 자연스러운데 불어는 왜 이렇게 움츠리면서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게 제가 불어 선생님 제스쳐 같은 것들을 따라 배우다보니 그렇게 된거더라고요"

"그래서 그 배우분을 붙잡고 늘어지면서 탁구치듯 주고받으며 연습을 많이 했어요. 나중엔 살짝 귀찮아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또 프랑스인들이 싸울때 보면 말이 좀 빨라져요. 그런것들도 보고 참고했죠"

김호정이 연극 배우의 꿈을 가졌던 인물을 연기해낸건 스스로의 경험과 맞닿은 부분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연극배우로서 일이 없어 좌절하면서도 열정넘치던 20대, 배우로서 인정받고 삶을 되돌아보는 나이가 된 지금. 그는 자신의 연기 인생과 삶을 어떻게 되돌아보고 있을까.

"젊었을 땐 미친듯이 열정을 쏟아내는데 나이들면 싹 사라져요. 그러면 그땐 연륜으로 가는거죠. 그때는 정신 차려야 해요"

"저도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진 자신있게 했던 것 같아요. 그 뒤론 불안한 적이 많았죠. 실력인 줄 알았는데 모든게 다 운이었나 싶기도 하고. 열심히 한다고 그대로 풀리는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부여잡고 퍼지지 말아야 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들 보면 그래요. 끊임없이 그렇게 해야해요"

"찍기 힘들었던 장면은 아버지한테 고백하는 장면이었어요. 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임종을 지키지 못했거든요. 연극한다고 주변 가족이나 그런것들을 너무 신경을 못 써왔어요. 늘 그런 것들이 후회돼요. 그래서 아버지 관련한 장면 찍을때 나의 과거와 무신경했던 부분들이 너무 죄스러워서 대사를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집중이 안되고 고통스럽다고. 그렇게 집중하다보니 자꾸 거기에 투영이 돼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김호정은 영화 '프랑스여자'에 대한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1991년 데뷔해 30년 가까이 배우로 살아가는 그가 앞으로는 또 어떤 '낯선' 인물을 연기하며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를 높인다. 

"이 영화는 관객분들이 한 번 봤을 땐 당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들이 하고있는 얘기가 전문가들이 앉아서 연극 얘기하고 과거 얘기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의미를 다 따지면서 보면 집중하고 긴장하게 돼요. 두번 세번 보면 이야기를 편하게 보고 뒤에 맞아 떨어지면서 '이런 한마디가 여기서 이렇게 풀리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프랑스여자'는 한편의 시 같아요. 소설은 즐겁게 읽지만 시는 음미하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여유가 있을 때 끄집어보고 생각하게 되죠. 그렇게 한편 보고 정서적으로 삶의 어떤 부분을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