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거장 연출가 김광보 임영웅 한태숙이 연이어 신작으로 돌아온다. 인간에 대한 농익은 시선과 관록의 무대에 관극의 감흥은 한여름의 수은주를 나타내고 있다.

 

셰익스피어 고전 명작부터 창작뮤지컬, 소극장부터 중대극장 무대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 넓은 행보를 보여온 ‘미니멀리즘’ 연극의 간판스타 김광보(52·서울시극단 단장) 연출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작 '헨리 4세-왕자와 폴스타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2년 김광보 연출의 초연 당시 인간 욕망과 권력의 역학 관계를 매끄럽게 풀어냈다는 찬사를 받은 이후 14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작품은 오세혁 각색, 박동우 미술감독, 장한솔 음악 등 국내 정상급 제작진이 대거 참여해 더욱 탄탄해진 구성과 역동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김 연출은 "시대는 변해도 권력을 향한 욕망은 유효하기 때문에 다시 무대 위로 올리게 됐다"고 전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헨리 4세가 무력으로 왕위를 찬탈한 이후 겪게 되는 사회의 혼란과 정권의 정통성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헨리 왕자 역은 주목받는 신예 박정복이, 폴스타프 역은 이창직, 헨리 4세 역은 강신구가 열연하며 올해 서울시극단에 새롭게 합류한 시즌단원·연수단원 등 총 28명의 배우들이 참여한다. 3월29일부터 4월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극계 거목 임영웅 연출(80·산울림소극장 대표)은 작가의 의도를 무대 위 정확하게 풀어내는 연출가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정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여 온 그는 1969년 초연부터 동고동락한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다시 손잡는다.

임 연출은 이 작품과 8차례의 해외 공연과 각종 연극상 수상, 산울림 소극장에서 20여 차례의 정기 공연 등을 함께 해왔다. 69년 작가 사무엘 바게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앙상한 나무 아래서 실없는 수작과 부질없는 행위를 반복하며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이야기다. 불확실한 대상을 기다리는 두 인물을 통해 관객이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역에는 배우 한명구와 박상종이 열연하며, 포조와 럭키 역은 배우 정나진과 박윤석이, 소년 역에는 정원이 출연한다. 4월5일~5월1일 산울림소극장. 문의: 02)334-5914

 

한태숙(65·극단 물리 대표) 연출은 미국 현대희곡의 아이콘 아서 밀러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에 호흡을 불어 넣는다.

1949년에 발표돼 퓰리처상·연극비평가상·앙투아네트 페리상 등 연극계 3대상을 휩쓴 ‘세일즈맨의 죽음’은 30년간 오직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윌리 로먼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

'레이디 맥베스' '단테의 신곡' '서안화차' 등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마주한 인물의 내적 갈등을 섬세하게 매만져온 한태숙 연출은 앞서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을 명동예술극장(현 국립극단)과 손잡고 선보여 호평 받은 바 있다.

한 연출은 “극 내용이 70~90년대 성장개발 시대의 한국 현실과 닮아 있다"며 ”단순한 한 가정의 비극이 아니라 사회적 비극으로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아내인 린다와 아들들이 병든 아버지를 방치하는 책임감에 대해 묻고 싶다"고 말했다.

고연옥 작가가 각색을 맡고 손진환(윌리), 린다(예수정), 이승주(장남 비프), 박용우(차남 해피)가 출연한다. 4월14일~5월8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문의: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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