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준일이 잇따른 논란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시대를 앞서간 가수'로 약 30년만에 기적적으로 재도약에 성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던 양준일은 2020년, 연초부터 연이은 잡음으로 '이슈메이커' 신세가 됐다.

사진=싱글리스트DB

# "새차를 중고차 가격에"…시대 착오적 발언 뭇매

지난 9일 유튜브 '재부팅 양준일'에는 장문의 공지글이 게재됐다. 사과문의 내용은 3일 있었던 먹방 라이브 당시 양준일의 발언에 대한 해명이 담긴 글이었다. 앞서 양준일은 라이브 당시 여성 제작진과 남자친구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스태프에게 이상형을 물었고, 스태프는 "가릴 주제가 못된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후 발언이었다. 몇차례 대화가 오간 후 양준일은 방송 시청자들을 향해 "성격 급한 남자, 얼른 채팅 주세요. 가릴 처지가 아니래요. 새차를 중고차 가격에 사실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여성 스태프를 '새차', '중고차'에 비유하는 발언에 일부 시청자들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성평등 문제가 중요 이슈로 떠오른 시대인 만큼 여성 비하적 표현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재부팅 양준일' 제작진 측은 "방송 직후 양준일 선배님은 특정 성별에 의미를 두지 않은 발언이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을 인지했으며 곧바로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양준일 선배님은 금일 제작진 사무실을 방문해 재차 사과의 말씀과 위로를 전했다"며 "양준일 선배님을 포함한 저희 제작진은 이번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사전 준비가 미흡했던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 앞으로는 더욱더 재미있고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공지가 올라온 후에도 논란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부적절한 발언은 한 것은 양준일임에도 본인이 아닌 제작진이 대신 사과하는 것과, 공지 말미 일반인 제작진을 향해 악의적인 댓글을 작성한 일부 시청자들에 대해 "법적인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양준일의 발언은 본인도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을 정도로 명백한 잘못이었다. 하지만 사과와 동시에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이상한 사과문'은 게재 후에 오히려 "사과문이냐 협박문이냐"는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며칠째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싱글리스트DB

# 시작부터 험난했던 양준일의 2020년

양준일은 지난 1월 초부터 팬카페 관련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팬카페 운영자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모든 게시판이 임시 폐쇄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후 운영자는 "너무 여러 의혹이 쏟아져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사태가 커지자 양준일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한다. 나는 우리가 실수를 넘어서, 그 진심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았다. 부디 이해해달라"는 글을 올려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1집 앨범 재발매 논란이 일었다. 음반 유통사 뮤직앤뉴가 양준일의 데뷔곡 '리베카'가 담긴 첫 번째 음반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A씨의 요청으로 재발매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 하지만 해당 사항이 양준일과 상의되지 않은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결국 재발매는 무산됐다.

지난달에는 양준일이 '카카오프로젝트100'에 남긴 글이 알려지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할 일을 하루 미룰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 달간 밀리면 대가는 너무 크다. 이번 달 월세를 못 내면 다음달엔 빌려서 월세를 내야 한다"며 "나 오늘 도 일해야 해. 밀린 돈 갚으려면. 나 오늘도 일 나간다. 부자가 되기 위해"라고 말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양준일이 광고와 자서전 등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팬들도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월세'라는 개인적인 걱정을 게재하는 것은 경솔하지 않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양준일의 소속사는 "사실이 아니라 비유"라며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취지의 비유적인 표현이었다"고 설명하며 의혹을 일축했다.

양준일의 '고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양준일의 재혼설을 주장하는 글이 퍼지기 시작한 것. 해당 글에는 "양준일이 몰래 낳은 딸이 벌써 고등학생이다. 첫 부인은 딸과 함께 괌에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양준일 측은 이 역시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싱글리스트DB

#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양준일의 논란은 대다수 양준일 본인이 아닌 주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례없는 '역주행'의 아이콘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속에 있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논란과 루머에 휩싸이기 쉽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행동에 신중을 기울여야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당초 양준일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성'이었다. 양준일은 JTBC '슈가맨3' 출연 당시 과거 재미교포라는 이유로 당해야 했던 불합리한 차별들을 의연하게 말하며, 그럼에도 누군가를 질책하지 않고 음악을 향한 사랑과 프로의식을 드러내 많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명언' 역시 쏟아졌다. 방송을 통해 과거의 자신에게 하는 말을 비롯해 양준일은 그간 진중하고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따뜻한 말들로 팬들에게 위안을 건넸다. 팬카페 운영자가 팬들의 질책을 받았을때도 그랬듯이.

하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양준일의 대처는 아쉽기만 했다. 본인이 아닌 제작진의 뒤늦은 '대리 사과', 그리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맑게 자신의 지하철 광고 인증글을 올리는 등의 태도는 일부 누리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오랜시간을 거쳐 힘들게 이룬 꿈인만큼 그의 행복을 바라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바람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다. 이미 논란의 파장이 커진만큼 더는 대중들이 돌아서지 않도록, 적절한 대처가 필요할 때이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