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지난 4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임기홍은 친근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살인과 폭력을 서슴지 않는 조폭 대열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버트 베리와도, 실제 그의 모습과도 전혀 닮아있지 않은 듯 했지만, 임기홍은 개성넘치는 조폭을 탄생시키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주변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또 어떤 분들은 만나면 '드라마 잘 봤다' '무서울 것 같아서 걱정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게 저한텐 칭찬이죠. 무섭게 봐주셔서 고맙고 감사해요"

"어둡고 악한 역할에 대한 갈증도 있었어요. 이번에 좋은 기회로 하게 돼서 너무 좋았죠. 사람마다 여러 모습이 있잖아요. 저도 마냥 못되거나 착하지는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또 좋았고요"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다. 임기홍은 2018년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에서 금강 역으로 열연하며 김진민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연출자가 배우를 여러 작품에 부른다는 건 뭔가 끌리는 매력이 있다는 뜻. 그게 무엇일지 임기홍에게 직접 물어봤다.

"그냥 '인간수업'에서 저같은 배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대열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지는 않았어요. 감독님은 좀 더 일상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을 원하시는 것 같았어요. 보통 악인이라고 하면 덩치가 크고 험악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감독님은 동네에 있을법한, 그러면서도 엄청난 일을 저지르는 섬뜩함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처음 대본을 받고 대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물어보셨는데 전 약간 소녀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얘기하니까 감독님도 큰 멘트없이 바로 시작을 했죠. 계산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결과물을 보니 잘 된 것 같아요"

임기홍은 드라마 '무법 변호사',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인간수업'에서 제대로 존재감을 발휘, 본격적으로 영화와 드라마 쪽에서 연락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20여년간 무대를 중심으로 연기해온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자 재미다.

"카메라 여부의 차이도 있지만 제일 큰 차이는 관객분들이죠. 매체는 시청자와 같이 만들어가지는 않잖아요. 근데 무대는 관객들과 만들어 가는게 느껴지거든요. 호흡과 분위기, 숨소리, 웃음소리까지도 영향을 주고 교류하게 되니까. 그 재미가 제일 큰 차이인 것 같아요"

"'인간수업' 첫 장면을 위해서 전신 문신을 했는데 다 그린 거예요. 12시간 넘게 했거든요. 그래서 다리에 쥐가나고 자면서 경기 일으키기도 하고 엄청났어요. 무대에서 만약 그런 역할 했으면 매일 매일 해야할테니 그런 경험을 못 하겠죠. 맨날 타투를 그릴 순 없으니. 그런 부분이 또 다른 재미인 것 같아요"

오랜 배우생활을 해왔지만, 공연계가 낯선 이들에게 임기홍은 여전히 생소한 배우다. 연기력을 인정 받고 진솔한 매력도 보여주며 새로운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지만, 그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선배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한다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늘 부족한 것들을 채우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남들은 인정해주셨을지도 모르지만 스스로가 인정해버리면 글쎄요... 그런 배우가 있을까요? 이순재 선생님도 그러실거라 생각해요. 그 위치, 그 나이가 되셔도 늘 본인이 발전해 나가려고 하는 것"

"롤모델을 딱 집어서 말하긴 그렇지만 성룡을 정말 좋아했어요. 고등학교때 '폴리스스토리' 보고 경찰이 되고 싶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성룡 따라서 위험한 동작도 많이 해보고, 자전거 타고 넘어지고 구르고 그런 것 다 해봤어요. 작품마다 잘하시는 분들이 롤모델이죠. 최근에 '이태원 클라쓰'를 보고 손현주 선배님이 아버지 역할을 너무 잘하셔서 멋지시더라고요"

"좀 더 자연스럽자. 자연스럽게 살자. 그런게 목표예요. 쉽지 않더라고요. 연기에서도 자연스러우려고 해요. 그 목표 하나를 가지고 가는 것 같아요. 인생의 모토죠. 수염이랑 머리를 기르고 있는 것도 자연주의의 한 부분인 것 같아요(웃음)"

사진=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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