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대학원생 박기현씨(29)의 신발 사이즈는 300mm다. 국내 매장에선 구입이 힘들다. 가뭄에 콩 나듯 특대 신발이 있더라도 디자인이나 컬러가 한정돼 눈물을 삼키곤 했다. 하는 수 없이 해외여행 시 스니커스나 슈즈를 구입하곤 한다. 미국과 유럽, 가까운 일본에서조차 다양한 디자인의 특대 신발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걸 보면 부러움이 밀려들곤 했다.

 

# 사례 2. 직장인 한영수(38)씨는 한때 주변에서 알아주는 그루밍족이었으나 복무비만으로 인해 허리 사이즈 36, 상의 110을 입어야 할 처지가 됐다. 옷을 고를 때 브랜드와 디자인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었으나 지금은 ‘사이즈 온리’로 바뀌어버린 처지가 한심스럽다. 그나마 매장에선 마음에 드는 사이즈를 발견하기조차 쉽지 않다.

소비자의 체격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키와 발 치수도 커졌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대한민국 남성 평균키는 173.9cm로 1965년에 비해 10.2cm 커졌고 몸무게는 69.6kg로 15.3kg 늘었다. ‘내 몸에 맞는 사이즈’를 발견하지 못해 고민하던 남성들에게 희망의 문이 열리는 중이다. 남성 신발 의류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신발 280mm 이상의 큰 사이즈를 찾는 고객이 크게 늘면서 ‘빅 사이즈’ 전문숍도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금강제화는 1년 전 론칭한 특대·특소 신발매장 ‘빅앤스몰(Big&small)’을 통해 리갈, 랜드로바, 버팔로 등 금강제화 브랜드부터 아디다스, 푸마, 아식스 등 글로벌 브랜드의 남성용 신발 230~240mm와 280~310mm를 판매한다. 여성용 신발은 210~220mm, 255~260mm 사이즈로 총 300여 종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15개 운영 중인 매장을 계속 확대하고, 관련 상품의 디자인 수를 늘리고 있다. 금강제화 관계자는 “발 사이즈는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맞는 디자인과 편안한 착화감을 지닌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제화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빅앤스몰’에서 남성 280~310㎜, 여성 255~260㎜ 등 빅사이즈 신발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했다. 특히 금강제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빅사이즈 신발 판매량이 71% 늘어 오프라인 매장에서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남성은 285mm, 290mm, 240mm 순으로 여성은 255mm, 260mm, 220mm 순으로 신발이 많이 팔려나갔다.

신발뿐 아니라 빅사이즈 의류 판매량도 늘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는 올해 1분기 빅사이즈 의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에서는 전체 판매량 가운데 105 사이즈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13%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이에 발맞춰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남성복 코모도스퀘어는 '빅사이즈' 슈트 상의를 115 사이즈까지 출시하고 있다. 기존 슬림핏과 레귤러핏 수트 스타일 수도 7대 3 비율로 조정했다. 레귤러핏 수트는 슬림핏보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으로 체형이 큰 남성들이 착용했을 때 좀더 날씬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신성통상의 남성복 '지오지아'는 최근 전 상품군에서 110 사이즈를 내놓기로 했다. 2012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슈트 외 드레스 셔츠, 겨울 코트도 특대 사이즈를 출고할 예정이다. 시범적으로 내놓은 110 사이즈 슈트가 대거 팔려나가면서 전 품목 사이즈 확대를 결정했다.

 

사진=금강제화 옥션 코모도스퀘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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