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영화를 보면 유아인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음악에 취해 정체모를 춤을 추기도 하고, 컵라면 하나에 눈물까지 쏟을 것 같은 표정을 짓는다. 한마디로 생존 본능 가득한 마인드로 영화에 임한 것.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악하는 준우의 모습이 유아인의 연기로 완벽하게 탄생했다.

“‘#살아있다’에서 제 의견이 반영된 장면들이 있었죠. 준우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데, 그게 습관이 돼 자신의 고립된 생활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 ‘구독과 좋아요 눌러주세요’라고 말해요. 저의 애드리브였죠. 준우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주면서, 세대에 따라 보시는 분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상 속에서 엄마가 등장하는 장면이 길어 좀 줄이는 걸 제안하기도 했죠. 애드리브 많이 했는데 많이 짤렸더라고요.(웃음) 영화의 공기에 폐가 된다면 가감하게 짤라야죠.”

“극중 준우는 집에서 고립된 채 있는데, 하루이틀 지나면서 먹을 것도 떨어지고 힘들어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준우를 더 인간적으로 그리고 싶어졌죠. 무언가를 먹을 때 진짜 살려고 먹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어요. 저는 먹는 연기를 잘못하는 그 인물이 망한다고 생각해요. 음식, 옷 등 제가 먹고 만지고 입고 하는 것들에서 나오는 반응들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준우와 유아인의 현재는 닮아있다. 준우는 정체불명 존재들로 인해 집에 갇히게 됐고, 유아인은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나날이 많아졌다. 그만큼 밖에 대한 소중함도 느끼고 있었던 유아인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못했던 걸 하고 있었다.

“준우의 머리는 원래 눈을 가리는 정도였어요. 가발까지 준비했죠. 한 회차 촬영을 마친 다음, 새로운 의견이 나왔고 삭발에 탈색까지 하게 됐어요. ‘사냥의 시간’ 안재홍 코스프레가 됐지만요. 예전에 유지태 선배님이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보여주셨던 헤어스타일과 닮기도 했어요. 안재홍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말 옆집 청년처럼 친숙한 연기를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분들이 안재홍씨한테서 느끼는 걸 ‘#살아있다’를 통해 저한테서도 조금 느끼시면 좋겠어요. 이 정도하면 안재홍씨가 DM 보내겠죠?”

“제가 만약 아파트에 고립된다면, 나쁜 생각을 했을 거예요. 준우와는 다른 행동을 취했겠죠. 지금도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평소에는 하지 않던 핸드폰 게임을 하게 되고, 제 작품을 잘 보지 않느데 보게 됐죠. 그래서 김희애 선배님과 함께 한 ‘밀회’를 몰아봤어요. ‘밀회’를 보면서 그때의 제가 배우같다고 느꼈어요. 또 엄마와 연락을 자주하게 됐고, 평소에 톡, 문자 다 무음으로 해놓아서 신경을 잘 안 쓰는데 소통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유아인이 ‘#살아있다’로 새로운 도전에 임했다. 또한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을 결심하며 또 한번의 도전을 선택했다. 유아인의 ‘나 혼자 산다’ 출연은 의외였다. SNS로 활발하게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지만 예능에서 쉽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유아인은 점점 변하고 있었다. 그는 정체되지 않는 배우, 인간 유아인이 되기 위해 늘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나 혼자 산다’는 제가 먼저 제안하게 됐어요. ‘#살아있다’와 ‘나 혼자 산다’가 매치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많이 심심하기도 했고, 삶의 답답함과 기준, 원칙들을 무너뜨리고 싶은 느낌도 있었어요. 대중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도 저를 편하게 봤으면 하는 바람도요. 제가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그걸 ‘나 혼자 산다’로 다 털어놓게 됐어요. 되게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엄청 힘들기도 했어요.(웃음)”

“스튜디오 콘크리트는, 제가 전권을 위임한 상태예요. 그 일을 5년 동안 했는데 또 다른 동력이 필요하다고 느껴졌죠. 처음에 가졌던 순수함들이 변색되기 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싶었어요. 제가 따로 진행하는 것들에 시간을 가져야했기도 했죠. ‘나 혼자 산다’에서 제가 준비하는 프로젝트가 공개되지 않을까 싶어요. 집에서 일일 전시가 펼쳐지기도 했거든요.”

사진=UA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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