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배종옥, 허준호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가 있다. 바로 홍경이다. 그는 6월 10일 개봉한 영화 ‘결백’에서 신혜선의 동생, 배종옥의 아들로 나와 오프닝부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제 배우 4년차가 된 홍경은 ‘결백’을 통해 무한대로 발전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결백’에서 홍경은 자폐성 장애가 있는 정수 역을 맡았다.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 데뷔한 홍경에겐 쉽지 않은 역할이었을 터. 하지만 홍경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도전을 즐기는 동시에,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무게감을 온전히 느꼈다. 그가 “정수 움직임을 다른 배우들에 비해 튀지 않으려고 했어요”라고 할 정도로, 홍경은 캐릭터는 물론, 극 전체의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직접 제가 출연한 영화를 보니 많이 긴장되고 떨렸어요. 아마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기억남는 순간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작품을 오디션 보면서 늘 절박했는데, ‘결백’에서 정수라는 역할은 꼭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제가 이전에 만나지 못한 인물이었죠. 정수는 스물여섯 살 청년이지만 열 살 아이 정도의 지적 능력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인이에요. 제가 현실의 정수같은 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조사도 많이 하고 몸으로 터득해갔죠.”

“장애를 가지신 분들의 움직임이나 특징들이 연기에 녹아있진 않아요. 그저 이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떠한 감정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지, 영화 속 엄마 화자(배종옥), 누나 정인(신혜선)이 정수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려고 했죠. 그래서 봉사활동도 했어요. 솔직히 제 입으로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으로 봉사활동을 했죠. 제가 그분들을 모르는 데 정수를 연기할 수 없잖아요. 마음을 다해 봉사해고, 남들 의식 안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어요.”

2017년 드라마 ‘학교 2017’로 얼굴을 알린 뒤 홍경은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냥 사랑하는 사이’ ‘저글러스’ ‘라이브’ ‘라이프 온 마스’ ‘동네변호사 조들호 2: 죄와 벌’ 등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드라마를 주로 했던 그에게 첫 영화 도전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엔 도움을 주는 선배들이 많았다.

“첫 스크린 데뷔여서 부담이 컸어요. 제가 크면서 봐왔던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꿈같았죠. 제가 어려도 선배님들은 똑같은 배우로 봐주셨어요. 먼저 합을 맞춰보자고 제안하셨고 긴장감도 풀어주셨죠. (신)혜선 누나와 붇지히는 신이 많았는데, 누나는 정말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하셨어요. 누나는 항상 상대배우를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줘요. 저는 그 안에서 춤추듯 연기하면 됐죠. 현장에서 오랜 시간 지내다보니 진짜 친누나 같았어요.”

“배종옥, 허준호 선배님과 연기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배종옥 선배님은 배우가 작품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셨죠. 선배님은 제가 카메라에 살짝 걸리기만 해도 ‘이거 좋다’ ‘이거 어때?’라며 도움을 주셨어요. 허준호 선배님은 옆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르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세요. 아우라가 있잖아요. 말을 많이 하지 않으셔도 미소, 말 한마디 모두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홍경은 ‘결백’을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그의 꿈을 지지해준 부모님, 그들에 대한 감사함에 홍경은 미소를 지었다. ‘결백’에서 정인이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났듯 홍경도 배우라는 꿈을 잃지 않으며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결백’의 장점은 가족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가족과 일상은 떼어놓을 수 없죠. 영화에서 정인이 화자의 무죄를 증명해나가지만, 그안에는 가족 관계 스토리가 들어있죠. 저도 영화를 보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특히 정수가 정인에게 과거 자신이 장애를 가졌던 일화를 말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에 가족의 아픔, 이해,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정인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속앓이를 하죠. 저는 배우가 되겠다고 한 순간, 부모님의 반대가 없었어요. 오히려 제 꿈을 지지해주셨죠. 제가 처음으로 무엇을 해보겠다고 한 게 연기였거든요. 부모님은 항상 ‘한번 네가 마음 먹은 건 최대한 물고 늘어져라’고 하세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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