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전장을 내민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 본부장은 24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식 출마를 선언한다. 앞서 유 본부장은 "WTO 사무총장이 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마의 변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 이번이 세 번째 WTO 사무총장 도전이다.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과 2012년 박태호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출마했으나 선출되지 못했다. 차기 사무총장 레이스는 브라질 출신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지난달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본격화했다.

후보 등록은 다음달 8일까지로, 유 본부장이 후보 등록을 하면 현재까지 총 5명이 출사표를 던지게 된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 등이다.

차기 총장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거세진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며 미·중 갈등 속에 흔들리는 164개 회원국이 속한 WTO의 위상을 다잡고, 개혁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데다 코로나19의 모범 방역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역할할 수 있는 점, 유 본부장의 오랜 기간 다져온 전문성 등을 들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유명희 본부장은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했다.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로, 한미 FTA 체결 협상 당시 서비스·경쟁분과장을 맡았다. 2018년 1월 통상교섭실장으로 임명돼 1948년 산업부 전신인 상공부가 설립된 이래 산업부에서 70년 만에 처음으로 '공무원의 별'이라고 불리는 1급 여성 공무원이자 산업부 첫 여성 차관급 공무원 기록을 세웠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지냈을 정도로 영어가 유창하며 미국 변호사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최근 각종 통상 관련 회의에서 ▲경제 민족주의 본격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등을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통상 환경변화로 꼽으며 약화한 WTO 규범 제정 능력을 복원하고, 디지털 분야의 통일된 국제규범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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