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하늘과 초원을 배경으로 묵묵히 서 있는 얼룩말. 푸른 들판은 벽에 붙은 그림일 뿐 말이 딛고 있는 현실은 삭막한 콘크리트 블록이다. 그리고 캔버스에서 눈을 떼면 제주도에서 봄직한 현무암이 의자와 테이블의 일부분이 돼 갤러리를 채우고 있다.

 

 

익숙한 현실과 초현실적인 이상(理想)의 상징들이 뒤엉켜 위로와 재미를 더하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한남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송형노 서정화 작가의 2인전 ‘이상(理想)한 나라의 새로운 초현실주의자들’에는 송형노의 회화 26점과 서정화의 아트퍼니처 12점이 어우러져 있다.

 

송형노 Dream of Zebra

단단한 석벽과 이와 대조된 이미지의 동물은 송형노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콘크리트 벽이 각박하고 건조한 현실을 상징한다면 그 앞에 자리잡은 동물의 무덤덤한 눈동자는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한다.

차마 버릴 수 없었던 희망과 꿈은 누추해진 풍경화의 모양새로 벽에 붙어 있다. 그의 그림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들이 한데 모여 초현실주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동시대 사람들의 정서를 어루만지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서정화의 작품들은 조형예술과 가구의 경계에 서 있다. 그의 작품들은 만져도 되고 앉아봐도 된다. 강화도의 완초(왕골), 제주도의 현무암, 건축재로 쓰이는 화강암 등 독특한 소재를 결합한 아트 퍼니처들은 가구의 실용성을 넘어 예술적 확장성을 추구한다.

 

서정화 UNR 0990

서정화의 작품은 시각과 더불어 ‘촉각’으로 감상해야 한다. 강화도의 수공예 장인이 쫀쫀하게 직조한 완초는 장미목으로 만든 의자 프레임 위에 얹혀져 관객들에게 까끌하고 시원한 감촉을 선물한다. 크고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린 현무암 의자는 거칠게만 보이지만 막상 손을 대보면 의외의 부드러움에 놀란다. 표면을 꼼꼼히 다듬어 부드럽게 마감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점점 좁아져 가는 촉감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었다며 제작의도를 밝혔다.

관객들이 전시공간에서의 경험을 일상 속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송형노 작가는 아트프린트를, 서정화 작가는 현무암으로 만든 펜홀더 등 아트상품을 준비했다. 상주 큐레이터의 도슨트는 물론, 작가와 함께하는 아트토크 강의도 예정돼 있다. 8월5일까지. 무료 관람.

사진= 한남아트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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