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자신의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학교 급식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부모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기자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오간 사적인 대화가 몰래 녹음돼 기사가 나간 것으로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경위가 어찌됐든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신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과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어 분노만 부채질할 태세다. 이 부대표는 3주 전 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 급식 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미친놈들”이라며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별 게 아니다.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냐”는 막말을 쏟아냈다. 국민의 다수를 구성하는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은 의문의 1패를 당했고, 자기 삶의 존엄을 유지할 권리가 있는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졸지에 인격모독을 당했다.

상대의 뒤통수를 가격한 당사자는 구구절절 변명하거나 단서를 달지 않은 채 사과하는 게 기본 도덕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반여성·반노동·반인권적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부적절한 발언을 보도한 방송사에 ‘강한 유감’을 쏘아댄다.

카페에서 수다 떨었던 것도 아니고, 취재차 전화를 걸어온 기자에게 한 발언을 ‘오프더레코드 원칙’ ‘사적 발언’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대다수 국민이 이 발언으로 상처를 받았는데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시다면”으로 가정법까지 구사한다. 비겁하고 교활하다.

문제는 이런 태도가 국민의당 내 개인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 와중에 드러난 국민의당 사과는 ‘물타기’ ‘타이밍 놓치기’ ‘적반하장’이 지배하는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특혜채용 의혹 제보 조작사건이 터졌을 때 ‘특검’ 운운하며 물타기와 발목잡기를 하려던 당의 일부 지도부, 자신의 제자와 최측근이 연루됐으며 대선 당시 최종 책임자였음에도 침묵을 유지하다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위기관리 무능을 입증한 안철수 전 대표, 이언주 부대표가 사과하는 자리에서 SBS의 ‘의도’를 문제 삼아 “인허가권을 쥔 현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라고 거든 김동철 원내대표...숨이 찰 정도다.

하루가 멀다하고 파문을 일으키는 언행에 담긴 근본적 문제점 그리고 국민과 한참은 동떨어진 인식이 팽배한 그곳, 국민의당의 현주소다. 이럴 바에야 당명에서 최소한 ‘국민’이라도 거둬내야 하는 게 아닐까.

사진= YT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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