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고 관계에 대해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을 그려내고 있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가 호평을 받고 있다.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극본 김은정/연출 권영일/이하 ‘가족입니다’)가 어느덧 마지막 4회를 남겨두고 순항 중이다. ‘가족입니다’는 통속적인 가족극과는 사뭇 다른 화법을 제시하며 시청자에게 다가섰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때론 타인보다 멀게 느껴지는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의 맹점을 정확히 짚어내면서도, 인물 개개인의 사유에 귀를 기울인다. 작은 오해에서 시작된 뒤틀어진 관계는 아버지 김상식(정진영), 어머니 이진숙(원미경)에서 시작해 그 자식들로까지 전이된다. 그리고 사고로 22살 청년 시절로 돌아간 김상식으로 인해 오래 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김은희(한예리)는 남자친구에게 배신을 당하고 비참한 심경으로 찾아간 자신에게 입바른 소리만 하는 김은주(추자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일로 자매는 4년간 연락마저 끊고 지냈지만, 김은주는 유산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동생인 김은희에게 차마 고백하지 못했다.

‘가족입니다’는 두 자매의 사건에서 엿볼 수 있듯 한 사람의 입장에 방점을 찍어두고 일방통행하지 않는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대신 각자의 입장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일련의 사건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건 소통의 부재다. 가족이라서 놓쳐버린 고백, 혹은 사과의 순간들이 갈등으로 이어지며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소외감이나 섭섭함으로 인물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예가 꼭 가족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김은주와 박찬혁(김지석)은 고백의 타이밍이 엇갈리며 여전히 친구로 지내고 있는 사이다. 4년 전 박찬혁에게 ‘절교 선언’을 했을 때도, 윤서영(혜정)에게 자신의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했을 때도 상대를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확신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관성적으로 한국 드라마가 따라왔던 가족의 형태와 캐릭터도 진화했다. 1인 가구가 877만에 달하는 시대에 여전히  한 지붕아래서 3대가 복작거리는 가족극의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 부모님의 졸혼에도 집에서 절대 나갈 수 없다는 막내 김지우(신재하) 캐릭터도 현실적이다.

물론 드라마에 전혀 없던 소재는 아니지만 성소수자인 윤태영(김태훈), 능력있고 매너있는 출산사 대표지만 연애의 맺고 끊음이 불분명해 혼란을 안기는 임건주(신동욱)도 입체적인 서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배우들의 공력도 이 드라마를 보다 정교하게 완성하는 요소다. 정진영, 원미경 두 배우는 말할 것도 없이 찬바람 부는 맏이 추자현, 본인의 감정보다 타인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둘째 한예리, 마냥 귀여운 막내같지만 우직한 막내 신재하까지. 나같고 내 가족같은 캐릭터 완성도가 ‘가족입니다’에 대한 감정의 거리를 더욱 좁혀준다.

무엇보다 ‘가족입니다’가 반가울 수 밖에 없는 건 가족극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해줬기 때문이다. 젠더의 고정관념이 차츰 사라지고 있는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가족극이 언제까지고 사랑받을 수 없다. 한 편으로는 날로 파편화되고 있는 가족 문화를 가장 트렌디한 소재를 다룬다는 TV드라마가 늦게 수용하게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여러 사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드라마. 종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족입니다’의 한회, 한회가 소중한 이유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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