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밴드’ 우승팀인 4인조 록밴드 호피폴라 멤버이자 첼리스트 홍진호(35)가 여름밤을 순도 높은 클래식 선율로 정화한다.

홍진호는 오늘(19일) 밤 11시 방송되는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서 부산 복합문화공간을 무대 삼아 길거리 버스킹에 도전한다. 가수 헨리, ‘슈퍼밴드’ 3위 팀인 퍼플레인의 피아니스트 이나우와 함께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 ‘He's A Pirate’ 연주를 들려준다.

이어 다음달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 ‘음악으로 정화된 밤’을 마련한다. 네오 클래식(클래식 선율에 팝 요소를 가미한) 음악을 앞세워 청중들을 신세계로 안내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홍진호는 솔로곡 뿐만 아니라 피아노·현악(디토 오케스트라), 반도네온 협연(고상지), 보컬리스트와 앙상블 등 다채로운 무대를 꾸민다.

프로그램 역시 파격이다.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를 비롯해 국내 청중에게는 다소 낯선 에스토니아 합창·교회음악 대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와 이탈리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 그리고 ‘탱고음악 전설’ 피아졸라 곡들을 들려준다. 이번 공연 실황은 그의 1집 ‘더 라이브’에 이어 두 번째 정규앨범으로 발매된다.

사진=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 제공

“이루마씨의 피아노 연주음악 정도로 알려진 ‘네오 클래식’은 북유럽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장르예요. 첼로 독주곡이라도 보컬이 등장해서 효과음을 내거나 기계음이 나오거나 하는 등 실험을 많이 할 수 있는 가능성 많은 장르죠. 이번 공연은 ‘앞으로 이런 장르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알리는 의미가 있어요.”

1부 첫곡은 아르보 패르트의 조용하면서도 강렬한 ‘거울 속의 거울’이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 ‘정화’를 명징하게 드러내는 음악이다. 영화 ‘그래비티’ 예고편에 삽입돼 어느 정도는 친숙하다. 2부 첫곡은 마크 썸머의 ‘줄리오’로 유일하게 첼로로만 연주되는 곡이다. 피치카토, 두드리는 기법, 글리산도 테크닉 등이 총출동해 첼로의 다양한 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선율과 리듬이 기존 클래식 음악과 달리 팝적인 요소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피아졸라의 경우 클래식 아티스트에겐 생소하고 도전인 작곡가죠. 기술적 시도를 많이 해야하고 다양한 소리를 내야 하죠. 작품성 뛰어난 작곡가이자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라 시도해보고 싶었던 분이에요. 독주회 때 그의 곡을 연주해본 적이 있는데 저랑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죠.”

호피폴라 활동도 소홀함이 없다. “첼로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 참가, 우승의 영예를 품은 지난해 7월 이후 첫 미니앨범 ‘스프링 투 스프링’ 발매(지난 4월), 각종 방송 출연, 공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다만 코로나19 탓에 6월로 예정됐던 호피폴라 콘서트와 홍진호 팬미팅은 줄줄이 취소됐다.

홍진호는 서울대 기악과 졸업 후 독일 뷔어츠부르크 음대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귀국, 성남시향·광주시향 객원 수석연주자 활동, 학교 강의 등을 했다. 오케스트라 협연부터 독주회까지 여러 무대에 올라 청중과 교감해 왔다. 하지만 늘 아쉬움이 많았다.

“클래식 음악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클래식 곡들은 호흡이 다 길고. 집중해서 들어야 하잖아요. 난 어떤 음악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 끝에 ‘슈퍼밴드’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서 클래식 악기가 대중음악과 콜라보하고 매시업했을 때 생각보다 긍정적이구나란 확신을 얻게 됐어요.”

그래서 전부터 고민했던 친숙하면서 진부하지 않은 음악, 클래식이면서 대중적인 장르를 폭풍 검색한 끝에 ‘네오 클래식‘에 다다르게 됐다. 이번 콘서트는 최대한 지루함을 덜어내기 위해 구성을 다양하게 해봤는데 앞으로 본격적으로 파고들어볼 요량이다.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홍진호는 유년기에 예능에 재능을 보인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피아노 학원에 다녔고, 그림을 즐겨 그리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술에 흠뻑 빠져 지역 내 유명 화가를 사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틀어놓은 로스트로포비치 연주의 드보르작 첼로협주곡 LP를 들었다. 묵직한 중저음의 사람 목소리 같은 사운드에 홀려 첼로에 입덕했다.

첼로 레슨을 시작했을 때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3~4시간씩 악기에서 나오는 신기한 소리에 넋을 잃었다. 중2 때 첼로를 전공하기로 결심한 그는 대학에 진학, 동료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유학을 가면서 더 확장됐다.

롤모델인 첼리스트는 거장 요요마와 미샤 마이스키다. 요요마는 클래식 장르에서 정상을 찍었으면서도 타 장르와 협업을 유연하게 해내고. 민속음악 프로젝트에도 열심이다. 팝과 영화음악 작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첼로가 대중적으로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했기에 좋아한다. '호피폴라 홍진호'에겐 더할 나위 없는 모범적인 좌표일 터다.

음악적인 면을 두고 봤을 땐 미샤 마이스키를 굉장히 존경한다. 테크닉도 뛰어나지만 감정 전달에 탁월하다. 소리의 색깔도 매우 선명해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를 캐치하더라도 바로 그가 연주했음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사진=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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