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리에 종영한 JTBC ‘팬텀싱어3’를 빛냈던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 레떼아모르(길병민 김민석 김성식 박현수)가 다시금 출발선에 섰다. 비가 내리는 23일 오전 싱글리스트 사옥에서 만난 네 남자의 밝은 에너지가 우중충한 대기를 환하게 잠식했다.

레떼아모르는 성악가(테너와 베이스 바리톤), 팝페라 가수, 뮤지컬 배우로 이뤄진 팀이다. 결승 1~2차 무대에서 조쉬 그로반의 ‘Oceano’, 더 테너스의 ‘Love will never end’, 더 테너스의 ‘You And I(Vinceremo)’,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를 열창해 안방1열 시청자들을 매혹했다.

결승 1차전에서 프로듀서 점수 2위를 얻었고, 2차전까지 마친 뒤 라포엠, 라비던스에 이어 최종 3위를 차지했다. 3팀 중 팝페라의 정석을 가장 잘 보여준 팀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남성적 파워와 웅장함, 소리의 블렌딩에 있어서 감탄을 자아냈다.

“실력 뛰어난 3팀과 경쟁해서 만족스럽고 그분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았어요. 특히 라포엠의 경우 팀 구성이 비교적 일찍 돼 스토리가 쌓이니까 보다 많은 모습을 보여줬던 거 같아요. 반면 저희는 결승전에 이르러서야 완성체가 만들어져 아쉬움은 있어요. 저희가 운명적으로 조우했지만 좀 더 일찍 만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어요.”(길병민)

박현수 역시 “경쟁 프로그램이다 보니 순위가 아쉬울 수 있지만 레떼아모르의 멋진 첫 발걸음을 남겼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 남자는 결승에서 불렀던 4곡의 완성도에 있어 격한 자부심을 토로한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정교한 스토리라인을 지닌 데다 레떼아모르가 어떤 팀이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지를 명징하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사와 장르, 음악적 분위기에 네 멤버 모두 만족할 수 있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을 향한 위로, 사랑에 대한 보답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팀 이름이 ‘사랑의 편지(러브레터)’잖아요. 연서는 상대에 대한 가장 소중한 마음이 투영되는 거고, 대중에 대한 진심을 부르고 싶었죠. 첫 곡 ‘빈체레모’가 함께이기에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내용이고, 마지막 곡 ‘Love will never end’가 사랑에 대한 확신이었어요. 확신이었고 자신감이었죠. 한 편의 영화처럼 받아들여지길 원했는데 그렇게 된 듯해서 뿌듯해요.”

사진= JTBC '팬텀싱어3' 제공

폭발적인 고음과 청량한 보이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테너 김민석은 “다 좋은데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고, 처음부터 도전하고 싶었던 노래는 엔딩곡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반주와 가사 등 모든 게 레떼아모르만의 정서를 잘 표현했다”고 전했다.

김성식은 “첫 곡 ‘빈체레모’에 가장 애착이 간다. 결승에 처음 임하는 무대에서 우리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낸 곡이다. 가사도 ‘너와 내가 함께라면 승리하리라’는 내용이라 희열을 잊지 못하겠다. 내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곡이다. 물론 우승하고 싶었지만 앞으로 계속 가야 할 길이기에 우리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싶었고, 목표를 이뤘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부른 ‘Love will never end’는 ‘팬텀싱어3’가 끝나도 우리의 사랑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지를 담은, 서사가 있는 곡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곡도 나름의 서사가 있었어요. 결승 전략이었죠. 절규하는 모습, 시련과 고통을 표현하는 모습도 있었죠. 망망대해를 나아가는 도전정신, 배가 정박한 뒤 기능을 잃어서 도와달라고 절규하는 모습 등 삶의 고락을 표현했어요. 우리의 인생이 언제나 좋을 순 없으니까요. 다만 함께이니까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이 곡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올해 시즌3를 맞은 ‘팬텀싱어’의 결승 진출 3팀은 이전 시즌보다 더욱 개성적이었고, 실력이 뛰어났다. 치열한 경쟁이 매 라운드 펼쳐졌다. 이변도 속출했다.

“라포엠에는 카운터테너(최성훈)가 있었고, 라비던스는 국악인(고영열)이 포진해 있었잖아요. 매우 유니크했고 화제성도 컸죠. 다른 팀이 가진 특출난 점은 당연히 동경의 대상이죠. 그 팀과 콜라보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죠. 하지만 저희는 저희만의 색깔을 자부했기에 ‘밀어붙이자’는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결로 진가를 인정받을래요.”

사진=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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