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모범형사’ 중간이 없는 배우 오정세의 활약이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일주일 중 오정세가 출연하는 드라마 편성만 총 4일에 달한다. 토~일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월~화 JTBC ‘모범형사’가 바로 그 주인공. 편성 요일이 겹치지는 않지만 같은 기간에 출연작 두 개가 나란히 방송되는 건 사실 배우 입장에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이 의도된건 아니다. ’모범형사’가 여러가지 제작 상황 등 문제로 편성을 미루게 되며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방송 시기가 겹치게 됐다. 하지만 우연이 만들어낸 오정세의 열일 행보는 시청자들의 일주일을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두 드라마가 각각 편성시간대에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쌍끌이하고 있다는 것도 유의미한 결과다.

두 작품에서 오정세는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을 연기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문상태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 3급이다. 반면 ‘모범형사’ 오종태는 거부의 아들이자 선악의 경계가 없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기업인이다. 물성이 강한 양극단의 캐릭터라 외형적인 면부터 확연한 차이점이 드러난다. 여기에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표정과 몸을 사용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흔히 ‘쪼’라고 부르는 배우 특유의 습관이나 관성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진짜 놀라운 오정세의 매력은 시청자에게 캐릭터를 납득시키는 능력에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쌍방구원 로맨스의 주축인 문강태(김수현), 고문영(서예지)에 몰입해 있는 시청자라면 문상태가 그리 달가운 캐릭터일 수만은 없다. 전개상 문상태가 문강태와 고문영가 넘어야 할 하나의 관문이기 때문.

지난 방송에서 오정세는 소름끼치는 감정연기로 문상태와 문강태 형제의 비극을 여실히 드러냈다. 자폐 연기를 하고 있는 탓에 일상적인 언어나 화법을 구사하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감정까지 끌어내 표현한 셈. 물론 대본이 가리키는 방향성이 문상태 역시 상황이 만든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지만, 같은 대본을 준데도 모든 배우에게서 똑같은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탁월한 표현에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모범형사’에서는 폭력에 대한 죄책감이 완전히 부재한다. 화를 낼 때도 그 감정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표정의 변화가 극히 드물다. 오지혁(장승조)와는 극단의 인물로 팽팽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 이런 캐릭터라면 시청자 입장에서 확실히 불호에 가까운 인물이다. 하지만 오정세는 호불호를 떠나 절제된 동선과 표정 연기 안에서 전개상 본인이 죽였을 확률이 큰 피해자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절묘하게 그려냈다.

사진=JTBC '모범형사'

사실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으로 크게 주목받기 이전에도 언제나 자기자리에서 충분히 제몫을 해내던 배우다. 작품이 흥행하며 배우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까지 더해져 더더욱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싱글리스트와 ‘동백꽃 필 무렵’ 종영 인터뷰에서 오정세는 “저도 언젠가 식상해, 똑같네 하는 소리를 듣는 날이 올텐데 그걸 잘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딛고 일어나서 한발짝씩 나아가야 할 거 같아요”라고 주변의 기대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오정세의 연기에 누구도 ‘식상하다’, ‘똑같다’라는 말을 할 수 없지 않을까.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