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목적이 반드시 답을 내는 것은 아니다. 내 논리와 다른 상대의 주장에 화가 날 수도, 설득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끝내는 한층 넓어진 시야를 가지게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이 세계적인 학자 프로이트와 C.S 루이스라면 더욱 그렇다. 

국내 초연을 시작한 연극 '라스트 세션'은 20세기 대표 무신론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 유명한 대표 유신론자 C.S. 루이스가 신의 존재를 두고 팽팽한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다. 미국 극작가 마크 저메인이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인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은 쓴 희곡이다.

두 인물은 신의 존재 유무를 입증하려 불꽃튀는 논쟁을 벌이지만, 관객에게 전달되는 건 결국 인간에 대한 얘기다. 

극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이다. 히틀러의 존재가 신의 유무를 입증하는 일종의 증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신이 있다면 그는 왜?' '신이 있으니 그도...'로 시작하는 양측의 주장과 의심이 팽팽히 맞선다. 이는 인간의 선악에 대한 얘기로 자연스레 흘러가며 또 다른 논쟁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죽음'이다. 구강암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프로이트는 생사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는 것이라 믿으며 죽음을 '선택'하려한다. 반면 루이스는 남겨진 이들의 고통, 신의 섭리를 따라야한다는 논리로 그를 만류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독일군 폭격에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죽음에 대한 이성적인 사고와는 달리 인간이 실재하는 고통과 죽음 앞에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만든다.

지켜보는 관객은 어느 한 쪽의 편일 수도, 제 3자의 관점일 수도 있다. 어느쪽이든 극을 보다보면 부분적으로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끊임없이 관객의 지적 사고를 자극하며 생생한 대화의 맛을 느끼게 한다.

극은 두 지성인이 만나 1시간 30분 가량 방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전부다. 신과 인간, 삶과 죽음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두 인물이 장황하게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도 위트있는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대를 채우는 2인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프로이트 역의 남명렬은 꼬장꼬장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캐릭터를 선보인다. 오랜 연기 경험만큼이나 안정적이고 변화무쌍한 연기로 무대를 장악한다. '경험과 연륜은 역시 무시할 수 없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지난해 자선 기부를 위한 공연 '올모스트 메인'에 이어 두 번째 연극에 도전한 이상윤은 대선배와 1대1로 맞서는만큼 조금은 긴장한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 하지만 실제 독실한 신자로 알려진 그가 루이스의 주장을 대변해내기에 큰 무리는 없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9월13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서 진행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은 남명렬과 신구, C.S 루이스 역은 이상윤과 이석준이 번갈아 연기한다.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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