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부산행’이 부성애를 다뤘다면 ‘반도’는 모성애로 가득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신파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또한 난민 설정도 이슈가 되곤 했다. 이 모든 건 연상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들이다. 그는 “저는 관객분들을 존중하기 때문에 어떤 말씀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요”라며 관객들의 갑론을박이 당연하다고 바라봤다.

“‘부산행’ 때 부성애를 염두하고 작품을 만든 건 아니었지만 관습적인 기획이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이즈가 큰 영화들에서 남자배우 중심의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부산행’에서 부성애가 들어가게 됐죠. ‘반도’에서는 그걸 대놓고 반복할 수 없어 여자배우 중심의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강동원 배우가 여자배우 중심의 이야기를 좋아하더라고요. 자기 중심이 아닌 스토리를 좋아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래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어린 여자아이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이미지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여자배우 중심의 이야기를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죠.”

“‘반도’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난민에 대해 말씀하시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이 난민이 된 건데 ‘부산행’ 이후의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지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배경을 홍콩으로 설정했지만 많은 고민을 거쳐 장소를 정했죠. 난민 설정은 ‘부산행’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각 칸마다 버림받는 이들이 있잖아요. 그게 넓은 공간으로 이어진거죠. ‘반도’에 나오는 군인들도 일부러 다인종으로 섞으려고 했어요.”

‘반도’에서 눈에 띄는 액션은 바로 카체이싱이다. 이레와 이정현의 카체이싱 장면은 ‘반도’를 대표하는 액션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여기에 ‘숨바꼭질’이라는 새로운 좀비 게임을 집어넣어 신선함을 살렸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에서 보여주지 못한 지점들을 ‘반도’를 통해 펼쳐보이고 싶어했다.

“‘반도’의 액션은 카체이싱이 주를 이루죠. 저는 카체이싱 장면이 만화 같았으면 했어요. 아구배트를 차로 맞혀서 어딘가에 골인시킨다던지. 너무 말도 안 되는 것들은 뺐죠.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스피드 레이서’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 근접한 결과물을 원했어요. 카체이싱 시퀀스를 짜려고 무술감독, 촬영감독, CG팀과 3개월 동안 회의했죠. 미리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확인해보고 촬영했어요. ‘부산행’ 때는 할 수 없는 CG가 4년 만에 발전했더라고요.”

“영화에 등장하는 좀비 게임은 ‘숨바꼭질’이라고 불려요. 그걸 어떻게 연출할지 고민 많이 했죠. 구철민(김도윤)의 관점이 중요해서 한 컷으로 가보자고 했죠. 무술감독과 액션 콘티를 구상하고 합이 1분 정도 나왔는데 카메라에 물도 튀고 좀비들이 사방에서 뛰어다니고, 진짜 개고생하며 이틀 동안 찍었어요. 좀비 안무가들이 열의가 넘치고 평소엔 에너자이저이신데 숨바꼭질을 찍을 때는 생지옥 같다며 ‘저 먼저 그냥 죽여주세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힘드셨을텐데 정말 감사했어요.”

‘부산행’에서 마동석과 김의성 캐릭터는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반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연상호 감독은 캐릭터의 중요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반도’는 캐릭터가 중심이 아닌 영화였기 때문에 인물들의 서사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연상호 감독은 ‘방법’ 영화판을 통해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반도’로 다시 궤도에 오른 연상호 감독이 차기작 ‘방법’ 영화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영화를 만들 때 캐릭터를 취사 선택하는 건 늘 어려운 선택이에요. 누군가를 악인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죠. ‘부산행’ 때 김의성 선배가 맡았던 역할이 악인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최근엔 의인이라고 재평가를 받더라고요. 이번에 631부대가 악인들로 나오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불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서대위(구교환), 황중사(김민재)는 본능에 충실한 인물들이죠. 그들의 과거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건 주인공 정석(강동원)이 크게 관심없어할 것 같아서였어요. 민정(이정현)이 정석에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설정은 전달됐다고 바라봤어요.”

“‘방법’ 영화판이 곧 촬영 들어가요. 거기엔 좀비는 아닌데 시체들이 나옵니다. 준비하면서 강시 영화를 많이 봤어요. 강시도 아니고 좀비도 아닌 새로운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요. ‘방법’ 드라마 시즌2는 ‘방법’ 영화가 나온 뒤에 나올 것 같아요. ‘방법’은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중요하죠. 빌런도 주술사 등 새로운 인물들이 나올 예정이에요. 나중에 ‘부산행’ ‘반도’와 똑같은 애들(좀비)을 보게 된다면 제 연구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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