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도 챙겨 본다던 일일드라마 시청률마저 떨어졌다. 지상파 위기론이 불거진 게 오늘 내일 일은 아니지만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다.

MBC가 지난달 1년만에 저녁 일일드라마 부활을 알렸다. ‘용왕님 보우하사’ 이후 1년만에 선보인 작품은 ‘찬란한 내 인생’. 그간 ‘당신은 선물’, ‘돌아온 복단지’, ‘비켜라 운명아’ 등으로 연이어 흥행에 성공한 진예솔과 바로 전작인 ‘맛 좀 보실래요’를 통해 시청률 요정에 등극한 심이영이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불과 1년 전 최고시청률 9.5%를 기록하며 종영한 ‘용왕님 보우하사’와 비교했을 때도 4.4%는 초라한 수치다.

사진=MBC '찬란한 내 인생'

KBS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가 30%대를 웃돌며 선방을 기록하고 있지만 평일 황금시간대로 불리던 8시~10시대는 이제 4%만 넘어도 ‘중박’소리가 나온다. 유튜브 등 모바일 시청 환경에 익숙한 세대를 탓할 수 만도 없다. 종편이나 케이블 시청률은 그런대로 선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수치로는 큰 차이가 아니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가 최고 4.8%, 금토드라마인 ‘우아한 친구들’이 최고 4.6%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이미 종편과 지상파의 전세 역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6일 종영한 TV CHOSUN ‘바람과 구름과 비’는 토일 10시 50분대 편성에도 불구하고 3.8%로 시작해 최고 6.3%를 기록했다.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초반 판타지적인 요소가 강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마니아층을 확보하며 줄곧 5%대를 이어나가고 있다.

채널을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드라마 시청률이 빠져나간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2020년 ’낭만닥터 김사부2’, ’이태원 클라쓰’, ’하이에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더 킹: 영원의 군주’, ’부부의 세계’, ’굿 캐스팅’가 10%대를 넘어섰다. 또 시청률이 아니더라도 화제성 면에서 흥행을 견인한 작품들도 다수다. 최근 tvN ‘(아는 건 별로업지만) 가족입니다’나 MBC ‘꼰대인턴’이 그 예다.

사진=JTBC '부부의 세계, SBS '낭만닥터 김사부2' 포스터

문제는 드라마 흥행 타율이 예전보다 떨어진 데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는 3%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매번 흥행작을 탄생시킬 수만도 없지만 이렇게 긴 침체기에 분위기 반전을 꾀할 작품이 부재한다. 화제성 역시 시청률과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상파 채널들은 시청률 위기 상황에서 이를 타개해보기 위해 ‘시도’라는 이름으로 편성을 계속해 변경했다. 10시엔 드라마, 11시엔 예능을 보던 시청 루틴이 깨지며 떨어져 나간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이제는 몇 시에 어떤 드라마가 하는지 모르는 시청자가 더 많아졌다.

여기에 드라마로 인한 손해가 커지니 간헐적으로 편성을 쉬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데 대해 답답한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수익을 늘려야 하다보니 편법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중간광고를 투입해야 하고, 종합 편성을 유지해야 하니 드라마를 접을 수도 없다.

그나마 상반기 긍정적인 지표를 보면 신인작가들의 작품이 유독 많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스타 작가나 캐스팅에 기대오던 방송사들도 이런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모양새다. 벌써 2020년도 벌써 8월을 향해 달리고 있다. 허울뿐인 연말 시상식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반기에는 조금 더 드라마들이 전반적으로 힘을 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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