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여행박사가 지난 3년간 떠난 혼행족의 행태를 분석한 결과, 매년 1만여 명이 넘는 고객이 혼자 여행을 떠났고 그 중 2030세대가 60%이상으로 확인됐다. 1인가구 급증과 함께 ‘나 혼자’ 문화가 확산하며 혼행(혼자하는 여행)은 대세가 돼가는 추세다. 계획에서 실행까지 오롯이 내 취향에 맞춘 여행이 장점이지만, 자유로운 매력만큼 혼행이 주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01.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 여행 시 기내에서부터 발생한다. 10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 동안 잠을 자고, 기내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 하더라도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어 심심하다. 이러다 입에 곰팡이 피는 게 아닌가 싶어진다. 그래서 2시간 안팎이면 도착하는 일본이 혼행자들의 천국으로 각광받는 게 아닐까.

02. 숙소비용 부담이 커진다. 숙박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혼자 투숙을 해도 부담이 없으나 숙박비가 비싼 미국, 유럽,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에선 2~3명이 N분의 1로 숙소비용을 나눠 내면 훨씬 부담이 줄어든다. 룸 컨디션도 매우 좋아진다. 최근 여름휴가로 7박8일간 뉴욕 혼행을 다녀온 회사원 강성훈(37)씨는 맨해튼 호텔값이 너무 비싸 한인민박 6인실(1박에 50달러)에 머물렀다. 강씨는 “여행은 시간이 돈이라 중심지에 숙소를 잡았는데 두세명이 함께 왔더라면 보다 좋은 조건의 숙소에서 지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아쉬웠다”고 전했다.

 

 

03. 먹방이나 미식 여행에 무리가 따른다. 현지의 맛집을 섭렵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맛집을 방문했을 때 다양한 시그니처 요리를 한꺼번에 맛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세트메뉴도 없다. 자신의 식사양이나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몇 가지 음식을 시켜놓고 셰어(share)할 수 없는 혼행이 급 원망스러워진다.

04. 화려해야 할 나이트 라이프가 초라해진다. 혼술이 대세라고 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홀로 긴 시간 동안 술을 마시는 건 부담스럽고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인다. 술집에 들르더라도 간단히 한잔 마시고 나오거나 호텔 룸에서 마시게 된다. 마음껏 술 마시고, 심야까지 이런저런 장소에 들러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기에는 ‘나 홀로’보다 ‘함께’가 더 좋다.

05. 프리랜스 라이터 김모씨(41)는 치안이 좋다는 발리 여행 당시 밤늦은 시각, 으슥한 골목길에 접어들었다가 술 취한 호주 서퍼 3명이 시비를 걸어오는 통해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그나마 여행 메이트 2명이 있어서 적당히 맞대응하고 빠져나왔지만 혼자였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1인 여행객,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씁쓸한 현실은 혼행의 큰 단점 중 하나다.

 

 

06. 쇼퍼홀릭이라면 현지 쇼핑 시 조언해줄 파트너가 절실해진다. 살지 말지 망설여질 때 이 아이템이 내게 어울리는 컬러와 디자인인지, 과감히 지를지 냉정하게 포기할지 ‘평가질’ 해주는 사람이 이토록 소중한 존재였는지 절감하게 된다.

07. 돌발 상황에서 대략난감해진다. 여행을 하다보면 응급 상황이 왕왕 발생한다. 호텔 프런트 데스크나 공항 카운터에 도착했는데 예약이 제대로 돼있지 않는다거나, 택시를 탔는데 기사와 트러블이 생기거나, 소지품을 분실하거나 다치거나 등등. 당황하게 되면 영어도 입밖으로 나오지 않아 버벅거리게 된다. 이럴 때 동행이 있으면 든든한 마음에 당혹감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위기의 순간을 돌파하게 된다.

 

사진= 픽사베이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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