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싱글남 한모씨(51)는 지난 3월 양천구청의 전화와 방문을 연이어 받았다. 구청 직원은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생활에 불편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의아해한 한씨에게 “관할구청에서 중장년 1인가구를 관리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평소 자유롭고 활기 넘치게 살아왔다고 자부해온 한씨는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게 고마운 한편 기분이 묘해졌다. 고독사 예방 대상, 독거노인과 같은 단어들이 머리를 맴돌아서였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7.2%로 520만 가구에 육박한다. 그 중 서울시의 1인가구 비중은 29.48%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특히 최근에는 1인가구 급증과 함께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여러 자치구가 1인가구를 위한 지원 및 정책 만들기에 두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양천구는 전국 최초로 50대 독거남 고독사 예방 및 지원을 위해 건강‧일자리‧주거‧금융‧법률 등 기존의 지원망을 통합한 ‘나비男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나비(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다.

양천구는 지난 2월부터 약 40일간 양천구 거주 50대 남성 1인가구, 6800여 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지원이 필요한 404가구(5.9%) 가운데 고‧중위험군에 해당하는 96가구에 대한 개인별 욕구분석을 실시했다. 이처럼 위기의 50대 독거남을 발굴해 관계를 맺고, 32개 민‧관기관으로 구성된 지원협의체가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며, 공동체로의 복귀를 목표로 4단계에 걸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50대 독거남 복합 전용공간인 '재도전지원센터'를 통해 일자리 등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강동구는 지난 4월 ‘1인가구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6월 말부터 관내 20세 이상 1인가구 표본 3989가구를 대상으로 총 6개 분야 23개 항목에 관한 방문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대상자들은 공공임대주택 입주조건 제한, 청년층에 국한된 셰어하우스(공유주택) 실태 등 1인가구에 필요한 정책 제안을 쏟아냈다.

현장 조사와 더불어 실질적인 1인가구 정책 개발을 위해 원탁 토론회 ‘1인가구는 있어도 혼자 사는 세상은 없다’를 마련하기도 했다. 강동구는 가구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주거·사회보장·세제 등 정부 지원은 여전히 다인가구 위주로 설계돼 있다고 보고 1인가구에 대한 종합 대책과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금천구는 1인가구의 건강 문제에 대비하기 위한 ‘혼밥족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관리 종합대책’을 시행 중이며, 강남구도 최근 1인가구 방문 조사를 포함한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 추진 계획을 밝혔다.

1인가구 급증은 개인화와 신자유주의로 인한 가구분화, 고령화와 저출산 등 가족정책의 실패, 경제문제 등이 뒤얽힌 사회 현상이다. 고독사도 여기서 파생된 사회 문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50대 독거남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나비효과처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중앙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책 마련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 양천구, 강동구, 금천구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