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지난 19일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첫 조정기일은 아직 잡히기 전으로, 최태원 회장은 조정 대상에 재산분할은 포함하지 않았다. 

 

앞서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노소영 관장은 24일 뉴스1을 통해서도 "기존과 (입장이) 같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의 이혼 조정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노소영 부부 결혼, SK의 성장 

최태원 회장은 지난 1988년 노소영 관장과 결혼해, 29년만의 이혼 조정 신청이다. 최태원 회장은 故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1992년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했으며, 노소영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다. 두 사람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 중 교제해, 결혼하게 됐다.

과거 선경은 지금의 SK그룹처럼 재계 4대 그룹의 위상에 있진 않았다. 선경그룹은 1990년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고, 사업권 반납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김영삼 정부 때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지금의 SK텔레콤으로 성장했다. 관련해 사업자 선정 과정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비자금 사건 소환조사 등 각종 구설수 

두 사람은 결혼생활 중 수 차례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 1994년 8월엔 외화밀반출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1995년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1996년에는 노소영 관장이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뇌물수수·진급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돼 검찰에 불려갔다. 이런 사건들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부부는 대외적으로는 원만한 사이로 보였다.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이 2003년 'SK글로벌' 사태로 구속 수감되자, 일주일에 3차례 면회를 가는 등 정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혼외자녀 고백 

최태원 회장은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히고 자신에게 혼외자녀가 있다고 고백했다. 최태원 회장은 2009년 말부터 별거했다며, 2013년 작성한 이혼 소장도 공개했다. 혼외자녀를 낳은 상대 A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40대 이혼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혼외 딸은 6살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소장에서 "노 관장의 경솔한 행동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고 이후 경솔한 행동을 반복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며 회사 전체가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이 경솔한 행동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거짓말을 해,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고 적었다.

최태원 회장은 편지에 "이혼 논의를 하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고, 가정을 함께 꾸리기로 했다"고 적었다.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불화는 최근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도 일부 드러난 바 있다. 노소영 관장이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사면받기 전인 2015년 8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남편의 사면을 반대하는 편지를 보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유책주의' 판결 관건 

대법원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1·2심에서 이혼을 인정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여전히 ‘유책주의’를 취하기 때문에 사건은 파기 환송돼서 돌아간다. 대법원 이혼 판결을 이끌어내려면 기존 판례를 깨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최태원-노소영 부부 사이 자녀로는 최근 SK바이오팜에 입사한 장녀 최윤정 씨, 해군 장교로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참가했던 차녀 최민정 씨 등 두 딸, 미국 브라운대에 유학 중인 아들 최인근 씨 등 1남 2녀가 있다.

사진=YTN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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