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 톱3 레떼아모르의 베이스바리톤 길병민이 창작가곡 사랑꾼임이 드러났다.

사진=크라이스 클래식 제공

허림의 시에 윤학준이 곡을 붙인 ‘마중’은 지난 2014년 열린 제8회 화천 비목 콩쿠르 창작가곡 1위 수상곡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2017년 ‘팬텀싱어’ 시즌2 때 바리톤 박상규가 불러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 말 한마디 그리운 저녁/ 얼굴 마주하고 앉아/ 그대 꿈 가만가만 들어주고/ 내 사랑 들려주며/ 그립다는 것은 오래 전/ 잃어버린 향기가 아닐까/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애틋한 노랫말과 아련한 선율이 돋보이는 노래는 베이스와 바리톤 성악가들의 묵직한 목소리를 가곡 애호가들의 마음을 흔들어온 명곡이다. 길병민은 서울대 성악과 졸업 무렵인 2017년 2월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이 곡을 불러 화제가 됐다. 각 대학 수석 졸업자들이 참여한 조선일보 주최 신인음악회에서였다.

명성자자한 해외 유명 오페라 아리아나 리트, 드라마틱한 기교를 뽐낼 수 있는 레퍼토리를 놔두고 ‘마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길병민은 “한국인이기에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로는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곡을 하고 싶어서 이 곡 저 곡을 무수히 찾아보다가 인터넷에 올려진 ‘마중’을 듣고는 이거다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런던 로얄오페라단에 입단한 이후 여러 오페라에 출연하면서 한국 가곡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난 프로 성악가이기 이전에 노래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클래식이 서양에서 태동한 음악이라 외국어로 된 노래만 하고 있으니 나의 뿌리인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열망이 더 뜨거워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2020년은 한국가곡 100주년이 되는 해다. 홍난파가 1920년 ‘애수(哀愁)’라는 제목의 바이올린곡을 선보였고, 이후 1926년 김형준이 이 기악곡에 노랫말을 붙인 ‘봉선화’가 세상에 나왔다. 의미 깊은 해를 맞아 길병민은 첫 솔로 앨범 구상을 지난해부터 해오고 있다. 2019년 초 중견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스웨덴 피아니스트 피터 야블론스키가 소속된 크라이스 클래식에 둥지를 튼 그는 데뷔음반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가곡 앨범으로 꾸리기로 정해놓은 상태다.

‘팬텀싱어’ 종영 이후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단 레떼아모르의 리더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팀 활동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기로 멤버들과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각자 개별 활동에 대한 숨통이 트이는 가을무렵 아름다운 가곡들로 채워진 데뷔음반을 리스너들에게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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