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의 수다 여행. tvN 예능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인기가 도서 시장으로도 이어졌다. 펴낸지 수 년이 흐른 지금, 갑작스럽게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모습에선 음원 '역주행'이 연상되기도 한다. '알쓸신잡' 덕분에 역주행한 베스트셀러들을 소개한다.

 

 

김약국의 딸들 

'알쓸신잡' 멤버들이 경남 통영으로 여행을 갔을 때, 김영하가 가져온 책이다. '김약국의 딸들'은 통영이 고향인 박경리 작가의 책으로, 통영 약국을 배경으로 한다. 

'김약국의 딸들'은 네 자매가 비극적인 삶을 살면서도 그에 맞서려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근대와 근대의 충돌을 묘사했다. 급변하는 세상 뒤에 남겨진 구세대, 욕망과 금기의 충돌 속에서 좌절하는 젊은이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오는 허무 등을 조명했다. '김약국의 딸들'은 비극적으로만 보이지만, 작가는 비극 끝에도 존재하는 희망에 주목했다. 

 

토지 

통영 여행을 떠난 '알쓸신잡' 멤버들의 수다는 자연스레 박경리 작가의 '토지'로 이어졌다. 시청자들의 관심 역시 뜨거웠다. 교보문고 기준, 방송 후 '토지'의 6~7배 판매량이 늘었는데 '알쓸신잡'의 MC 유희열 역시 출연진의 대화를 듣고 책을 구입한 경우다. 

'토지'는 대지주 최참판댁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동학혁명, 식민지시대, 해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그려낸 소설이다. 사회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인물들, 장대한 서사, 참다운 삶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등을 작가의 생생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흥미롭게 그려냈다.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해 1995년 5부로 완성한 대하소설이다.  

 

세계사편력

정재승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역사서"라고 평한 책이다. '세계사편력'은 '알쓸신잡' 방송 당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교보문고 기준 방송 전 45일간 36권 판매됐으나 방송 이후 같은 기간 동안 3843권 판매되며 판매신장률이 106.8배 뛰었다. 

'세계사편력'은 인도의 독립 영웅 네루가 딸에게 보낸 196편의 옥중 편지를 엮은 책이다. 서구 중심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세계관과 역사관을 갖도록 돕는다. 

 

무진기행

'알쓸신잡' 2회에서 출연진은 소설 '무진기행'에 대해 각자의 감상평, 소설의 가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얘기했다. 방송 후 판매량이 6~7배 늘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서울'과 '무진'이라는 공간 사이에서, 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한 단편소설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다. 

 

청춘의 독서·국가란 무엇인가·어떻게 살 것인가 

'썰전'에 이어 '알쓸신잡'에서도 해박한 지식을 드러낸 유시민 작가의 인기를 타고 그의 저서들도 팔려나가고 있다. 

2009년 펴낸 '청춘의 독서: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은 표지와 본문 디자인을 바꿔 최근 재출간됐다. 이는 현재의 유시민을 만든 14권의 고전에 대해 적은 책으로, 삶의 이정표가 돼 줄 수 있을 법하다. 또한 바람직한 국가를 모색하는 '국가란 무엇인가', 정치인에서 물러난 후 내놓은 첫 책 '어떻게 살 것인가'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소설가의 7년 만의 신작 소설집 '오직 두 사람'도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며 승승장구 중이다. 김영하는 본래 인기있는 작가지만, 역시 '알쓸신잡'의 인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오직 두 사람'은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7편의 단편을 묶은 책이다.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관계의 모순, 더 나아가 소위 신의 뜻이라 비유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까지 담아냈다. 

사진=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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