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없는 케이팝 그룹 '이엑스피 에디션(EXP EDITION)'. 이 독특한 그룹을 소개하는 덴 소속사 김보라 대표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4인조 보이그룹 이엑스피 에디션(시메, 코키, 프랭키, 헌터)의 소속사는 '아임어비비'인데, 이는 'I'm Making A Boy Band'의 줄임말이다. 김보라 대표는 본래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글로만 논문을 쓰는 데 한계를 느끼고 보다 다양한 연구방법을 시도하고자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현대미술을 전공하게 됐다.

유학 중이던 2014년, 김보라 대표는 한류와 아이돌 문화에 대해 연구하다 그룹을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시작은 팀명처럼 '실험'(experiment)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고 멤버들이 한국에 오겠단 의사를 밝혀 한국 정식데뷔로 이어졌다. 이엑스피 에디션은 지난 4월 첫 싱글앨범 '필 라이크 디스(FEEL LIKE THIS)'를 발표한 후, 점차 인지도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대학원생에서 갑작스럽게 기획사 대표가 된 현재, 그의 역할은 전방위다. 김보라 대표는 이엑스피 에디션의 주요 일정에 동행하고, 아직 멤버들의 한국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다보니 인터뷰 자리에선 질문과 답변을 하나하나 통역해주기도 했다. 또 새 앨범 작사에 매진 중이기도 하다. 

- '이엑스피 에디션'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본래 케이팝에 관심도 있었고, 미국에 있다보니 현지 사람들이 케이팝에 대해 소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과는 다르단 것이 느껴졌다. 두 동료와 함께, 직접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들이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어가는 과정을 찍을 것'이라고 공고를 냈고, 작업을 진행했다. 일이 이렇게 커지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 이엑스피 에디션의 멤버들은 뮤지컬배우, 모델 출신 등으로 구성했다. 구성 기준이 있었나.

노래, 춤 실력도 중요하지만 표현력이 좋은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케이팝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과정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골랐다. 한국인인 내 시각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까. 

- 케이팝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된 건가. 

케이팝은 굉장히 다양한 면에서 흥미로운 콘텐츠다. 우선, 딱히 한국 고유의 전통을 담지 않는데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재밌다.

케이팝과 한류의 인기로 인한 변화도 있다. 한류가 인기를 얻으니 '쿨한 아시아인'이라는 새로운 롤모델이 생겨나더라. 또 미국에는 '아시아 남성성'이란 카테고리가 없는 편이었는데, 케이팝 보이그룹이 인기를 얻으며 예쁘고 애교를 부리는, 그런 남성 이미지도 생겼다.

케이팝이 한국문화와 맞닿아있는 지점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아이돌의 '애교'라는 것도 겸손을 중시하는 한국과 맞닿아있는 것 같다. 미국에선 사람들이 각자 서로 강하게 내세우려 하는데 우리는 나이 어린 사람들이 보다 겸손하고, 귀엽게 보이려는 모습이 있다. 

나까지 세 사람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는데, 각각 한국인, 대만인 사만다 샤오(Samantha Y. Shao), 뉴욕에서 자란 일본인 카린 쿠로다(Karin Kuroda)였다. 케이팝을 바라보는 시선이 각자 다르더라. 이런 전세계적 시선에 대해서만 파고들어도 세계 문화의 변화를 알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기까지, 그 과정에 대해 알려 달라. 

데뷔무대 후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됐다. 처음엔 케이팝 매체의 주목을 받아 인터뷰를 많이 했다. 이후 미술 매체, 미국 주류 매체로 관심이 이어지며 활동을 쭉 하게 됐다. 미국에서 1년간 활동했고, 한국에 오며 정말 '사업'이 됐다. 

- 사회학, 현대미술을 배우는 학생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뛰어들게 됐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일을 진행해 나갔나. 

이 분야에 아는 사람도 하나 없다보니 처음엔 막막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자 등록, 그런 실무적인 일들도 검색해 알았을 정도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이렇게 건너서라도 관련돼 있다면 연락을 드리며 알아갔다. 고등학교 후배의 남편 분이 걸그룹 크레용팝을 기획한 분이라고 해서 연락드려 만났는데, 굉장히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 주셔서 참 감사했고 많은 조언을 해 주셨다. 

그렇게 작년 봄부터 준비를 서서히 해오다 회사를 설립하고 멤버들과 한국활동을 시작했다. 어려울 각오는 하고 왔는데, 마케팅과 홍보가 굉장히 힘든 것 같다. 관객과 더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 이엑스피 에디션 멤버들과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다. 

회사와 소속가수의 관계가 아니라,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통해서 모이게 됐다. 힘든 일을 함께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보니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우리끼리 '패밀리 미팅'이라고 하는 가족회의도 자주 하는 편이다. 

 

- 미국과 한국 활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아이돌은 당연히 주류문화로 여겨지는데, 미국에선 그 자체가 인디다. 한국에서 대중·주류문화로서 활동하게 되니 나름대로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다. 

미국에서의 경우, 한국처럼 음악방송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라이브 클럽, 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공연을 많이 하면서 실험적이고 의미있는 시도들을 했었다. 케이팝을 모르는 관객에게 케이팝을 알리는 역할도 했다. 

- 이엑스피 에디션의 활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뉴욕에 있을 땐 '전형적인 케이팝'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요즘은 우리, 즉 이엑스피 에디션만의 케이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우리 멤버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멤버간 다양한 음악적 배경이 있다보니 어떻게 하면 이를 케이팝에 잘 녹여낼 수 있을지 생각한다. 

-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요즘은 새 앨범 작업에 매진 중이다. 멤버들이 직접 곡을 쓰지만 한국어 실력이 서툴다보니 작사를 도와주고 있다. 많은 분들이 해외활동을 할 거냐고 물어보시는데, 물론 잘 돼서 해외에서도 공연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한국 팬들에게 어떻게 더 다가갈까 늘 생각한다. 우리의 일상을 담는 다큐멘터리도 계속해 촬영 중인데, 좋은 결과물을 내놓고도 싶다. 

 

사진=bnt뉴스, 아임어비비, 라운드테이블(최교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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