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故 최숙현 선수 안타까운 죽음 뒤에 숨겨져 있던 체육계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팀운영 방식이 드러낫다.

11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故 최숙현 선수의 선배이자 전 경주시청팀 소속 선수를 단독 취재하고, 경주시청팀 폭행 사건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했다.

故 최숙현 선수의 선배이자 전 경주시청 소속팀 선수였던 전미경 선수가 ‘PD수첩’ 제작진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그녀는 ‘PD수첩’에게 사건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전 선수는 제작진에게 경주시청팀에서 직접 녹음한 폭언과 폭행 현장의 음성파일과 상황을 기록한 일지를 전달했다.

그 속에는 경주시청팀 김규봉 감독의 욕설과 폭행이 담겨 있었다. 김 감독은 철인종경기 국내 정상권의 장윤정 선수 특히 우대했는데, 그는 국가대표 자격을 얻은 전 선수에게 장 선수의 페이스메이커를 요구하기도 했다. 철인3종경기는 선수 개인의 기량을 겨루는 종목으로 페이스메이커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전 선수만의 일이 아니었다. 경주시청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장윤정 선수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요구받았다고 한다.

지난 2016년 전미경 선수가 장윤정 선수를 끌어주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김 감독은 그녀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장윤정 선수의 주도로 따돌림과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한다. 1년여간의 괴롭힘에 전 선수는 팀을 떠나기로 결정하자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는 그녀를 공개 비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멸감에 전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팀을 떠났다. 전 선수가 떠났지만 남은 선수들에게 폭행과 따돌림이 이어졌다고 한다. 특히 중학교 때 철인3종경기에 입문한 후,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유망주로 떠오른 최숙현 선수가 표적이 되었는데, 그녀에게 가해진 폭행의 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경주시청팀 여러 선수는 감독과 주장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폭언과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최숙현 선수는 팀을 이탈하기도 했다. 복귀한 최 선수를 김 감독은 그녀의 어머니가 때리게끔 지시했다고 한다. 심지어 팀 운동처방사인 안주현 씨도 선수들에게 폭행을 가했다. 안주현 씨가 최숙현 선수에게 구타를 가할 때, 김 감독은 말리기는커녕 옆에서 선수를 위협했다고 한다. 최숙현 선수는 4년 동안 욕설과 폭행 그리고 따돌림을 당하면서 선수로서의 기량이 저하되고 자존감까지 짓밟혔다. 경주시청팀 대부분 선수들이 폭행을 겪었지만 그 사실을 고발하지 못했다고 한다. 국내 철인3종경기 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100명 남짓으로 감독이나 협회의 눈 밖에 나면 선수 생활이 힘들다고 한다.

올해 초, 최숙현 선수는 소속팀을 옮기고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 등 경주시청팀의 푝행 사실을 고발했다. 하지만 경주시청은 폭행이 없었다는 감독의 말에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선수들은 경주시청이 이미 이 사건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숙현 선수가 김 감독과 장윤정 선수를 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경주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담당 형사가 사건을 축소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형사는 선수들이 참고인 조사를 할 때 진술을 가로막거나 폭행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 선수들을 위축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경주경찰서 측은 의혹을 부인했다.

사실 김규봉 감독은 처음엔 잘못을 인정하고, 최 선수의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수사기관과 체육계가 미온적으로 대처하자 그는 폭력 사실을 은폐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경주시청팀 선수들에게 허위진술서를 쓰게 했다고 한다. 이 사실에 최 선수는 절망했고, 마지막까지 어느 기관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23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 사망 이후, 관계 기관들은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움직이고 있다. ‘PD수첩’은 마지막으로 대한철인3종협회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며, 최 선수의 죽음에 우리 사회가 답을 해야 할 차례라고 전했다.

한편,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사진=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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