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지난달 16일 막을 내렸다. 배우 박하선은 서은영 감독의 영화 '고백'을 통해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을 수상했다. 

지난 7월 16일 제24회 BIFAN 폐막식 때 "인생에서 여우주연상은 못 받으려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 개인적인 일들을 겪고 만난 단비 같은 작품이다.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없었으면 이 작품 못 찍었을 것 같다. 우리 딸 아이한테도 너무 고맙다"고 짧은 수상 소감을 전한 그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20대에는 패기 넘치는 마음에 ‘앞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에 깎이면서 위축되었을 때 ‘나에게 그런 상은 없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막연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라는 꿈같은 생각을 품기도 했다. 그런데 그 꿈이 빨리 이루어져서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지난날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또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든,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을 받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고백'은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가족, 폭력의 고리와 상처,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스릴러 장르로 깊이 있게 풀어냈다. '재밌는 시나리오'가 선택 기준이라는 박하선은 영화 '고백' 출연 계기와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일적으로 많이 좁아져 있었을 때 찾아온 작품이다. 사실 배우로서 인생에 큰 변화를 맞으면서 겪는 감정은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것들이 커리어적 면에 있어서 제한이 생기기도 해 속상했다. 그런데 '고백'은 그런 경험을 통해 그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겠기에 참여한 작품이다"고 전했다.

"연기적으로 잘 안 풀리는 장면에 대한 어려움은 있었다. 연기가 한창 고플 때 촬영한 작품이어서 불가능한 부분이 없게끔 연습하고, 좀 과해 보이는 면이 있을지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촬영할 때는 좀 더워서 힘들기도 했다. 보라(감소현)의 집이 특히 더웠다. 그 진득진득한 분위기가 장면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서영화 선배님의 연기를 정말 좋아했는데, 함께 작품을 하게 돼 영광이었다.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분이라 편히 이야기 나누면서 찍었다. 촬영 내내 참 좋았다. 소현이는 맑고 밝은 건강한 에너지가 좋았다. 단역 분들도 모두 연기를 잘해주셔서 자극받고, 긴장되어 연기자로서 정말 좋은 현장이었다. 감독님은 내가 느끼기에도 뻔한 연기를 하면 작은 씬도 쉽게 OK를 하지 않으셨고, 내가 연기적으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신 덕분에 조금 다른 모습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고백'은 아동학대를 소재로 폭력과 상처, 죄와 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의욕적인 신입경찰 지원(하윤경)은 사회복지사 오순을 만난 후 이상하게 그가 신경 쓰인다. 이후 그가 있는 복지관에 기부를 하라는 유괴범의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지원은 사건과 오순의 연관성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박하선은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채 다른 상처받은 이를 돌보는 오순을 맡아 폭넓은 감정의 진폭을 여린 듯 단단하게 그려냈다.

"개인적인 트라우마, 잊고 지내던 어릴 적 상처 등을 기억하고 끌어내야 하는 작업이라 조금 힘들기도 했다. 나의 작은 경험에도 살을 붙여 상상하고 해야 했으니까. 감정적으로는 아팠지만 좋았던 기억들이 많아 더 좋았다. 촬영 준비를 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구축하고, 연습한 것들을 온전히 담기도 어려운 일인데, 그 이상으로 속 시원하게 다 쏟아낸 장면이 어느 작품보다 많았고, 그래서 이 영화를 찍으면서는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고, 꽉찬 행복을 느꼈다"

"우리 영화는 재미있고, 무섭고, 의미 있는 영화다. 아동학대와 관련해서 좋지 않은 뉴스를 접할 때마다 자세히 보지도 못할 만큼 화가 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기력했다. 이 영화가 아동학대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데,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최근에 피해 아동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원하던 곳으로 가게 된 소식을 접하면서 정말 기뻤다"

박하선은 2005년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동이',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청년경찰' 등에 출연했다. 3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단아한 모습에서 코믹한 모습까지 폭넓은 연기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수상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올라선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11월 방송 예정인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촬영 중이다. 그동안 보여드린 적 없는, 저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쉬지 않고 일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영화에서도 다양한 모습 보여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진=키이스트 제공, 영화 '고백'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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