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퀴리'가 올 초 재연에 이어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삼연까지 올렸다. 공연장 규모도 커졌다. 그만큼 팬들의 호응을 얻었단 방증. 그리고 이에 보답하듯 더 확장된 스케일과 풍부해진 서사로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선사한다.

'마리 퀴리'는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Polonium)과 라듐(Radium)의 발견으로 190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룬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ion) 장르다.

"답을 모르겠고 답이 없으면 답을 만든다" "선례도 기준도 없다.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는 마리의 말처럼 극은 세상이 가진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만 성공 스토리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인간에게 이로우면서 해로운, 양면성을 가진 라듐의 발견을 둘러싸고 생기는 고뇌와 딜레마에 초점을 맞췄다. 

극을 보다보면 철저히 마리에게 집중하게 된다. '여성'으로서 차별에 맞서고 꿈을 실현시켰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 성별을 떠나 보더라도 한 '인간'으로서 가진 끈기와 열정,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책임감이 인물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위인으로 존경받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런만큼 마리 역을 맡은 옥주현의 힘도 새삼 대단하다 느껴진다. 그간 대형 뮤지컬 위주로 무대에 섰던 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마리 퀴리'에 참여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그 선택은 극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에서 비롯됐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자신과 라듐에 대한 고뇌를 담은 마리의 넘버 '또 다른 이름'은 극의 하이라이트. 가사에 얹히는 풍부한 감정과 감성적인 선율, 폭발적인 고음이 전율을 일으킨다.

마리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이 극을 풍부하게 만든다. 마리를 응원하는 친구 안느와 남편 피에르, 지독한 현실주의자이자 마리와는 적과 동지를 오가는 루벤 등이 서사에 변곡점을 만들어간다. 이를 연기한 김히어라, 박영수, 김찬호도 각자 캐릭터에 맞는 맛을 잘 살려낸다.

라듐을 상징하는 형광색 조명, 기차와 실험실, 학교, 병원 등 시시각각 변하는 세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전체적으로 극의 톤이 어둡고 인물의 감정변화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중반 이후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9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마리 역은 김소향과 옥주현, 안느 역 김히어라와 이봄소리, 루벤 역 김찬호와 양승리 등이 출연한다.  

사진=라이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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