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좇아 매진하는 것,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는 모두 끝이 없는 과정이다. 멈추는 순간 실패가 된다.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건 나의 발이 바늘이 되어 보이지 않는 실을 달고 쉼 없이 걷는 것과 같다.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 낫다는 믿음 아래 멈추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비밀의 숲2’(극본 이수연/연출 박현석/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에이스팩토리)가 이창준(유재명)의 내레이션과 함께 포문을 열었다. 시즌1 흑막의 설계자 이창준의 죽음으로부터 2년 뒤 황시목(조승우), 한여진(배두나)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각자 다른 진영에 앉아있는 것 같지만, 이창준의 내레이션에서 읽을 수 있듯 시즌2에서도 황시목과 한여진이 나아갈 방향성은 바로 ‘진리’. 첫주 방송에서는 조직의 논리 속에서도 결코 쉽게 꺾이지 않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초 검경 수사권이라는 화두를 드라마로 끌어오면서부터 ‘비밀의 숲2’에는 우려의 목소리와 기대가 혼재됐다. 정치권의 뜨거운 화두를 다룬다는 건 자칫 균형 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비밀의 숲’ 지난 시즌을 통해 사회 문제를 통찰력있게 다룬 이수연 작가에 대한 믿음이 뒤섞였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첫 방송. 우선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9.1%, 최고 10.6%, 전국 가구 기준 평균 7.6%, 최고 8.9%를 나타냈다. 지난 시즌 마지막 회 최고 시청률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tvN 역대 토일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기록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방송사별 시청률 각축전이 벌어지는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도 불구, 지상파를 포함한 전채널 1위를 기록하며 오래도록 기다려온 웰메이드 시리즈 장르물에 대한 기대를 입증했다.(닐슨코리아 제공)

 

▲ 조승우X배두나, 시즌제 연속성 유지하는 일관성있는 캐릭터   

1회에서는 통영익사사고를 통해 전혀 다른 환경, 달라진 입지 속에 있지만 변하지 않은 황시목과 한여진의 의식을 보여줬다. 황시목은 다른 부임지 발령을 앞두고 자신의 송별회가 열리는 날, 짙게 깔린 안개속에서 우연히 경고판이 유실된 것을 확인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현장 수사와 동떨어져 수사구조혁신단에 파견된 한여진 역시 SNS에서 사고시간대에 찍힌 사진을 목격하고 수사의 촉을 발동시켰다.

한여진은 직속 상사인 최빛(전혜진)에게도 자신의 뜻을 피력하는 일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권 독점에 대한 문제점을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 계속되는 언론플레이에서 2년 전 이창준 사건에 대한 곡해가 발생하자 정면으로 충돌한 것. 황시목 역시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불기소 처분된 통영익사사고에 내부 의견서를 제출하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여기에 우태하(최무성)가 검찰 측 검경협의회에 국회 법사위 파견 위원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사현(김영재)을 끌고 들어오자 이의를 제기하는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 돌아온 ‘지옥에서 온 주둥아리’ 황시목

냉정과 온정을 차별하지 않는 황시목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을 쏟아내며 시청자들로부터 ‘지옥에서 온 주둥아리’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서 역시 황시목의 대사들은 왜 그토록 시청자들이 ‘비밀의 숲’에 열광하는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시즌2의 첫 ‘떡밥’이 되었던 통영익사사고가 불기소처분으로 끝난 데 대해 동부지청 지검장이 된 강원철(박성근)을 찾아가 말들이 그랬다.

철딱서니 없는 실수로 석달 열흘을 붙잡고 기소를 하는 일이 ‘과잉’이라는 강원철에게 황시목은 “그런 사람한테일수록 석달 열흘하고 단 하루는 엄청난 차이 아닐까요. 특혜가 아니라 기회를 뺏긴 거라면요. 긴 시간 조사 받으면서 자기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 장난이 무슨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직접 느끼고 각성할 기회요. 그 사람들한테 남은건 아마도 전보다 더 꺼려질 게 없는 세상일 겁니다. 이런 경우에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확률이 얼마인지는 누구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라며 어쩌면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가장 기본적인 법치주의가 지켜지지 않는 세상에 대한 통쾌한 일갈을 날렸다.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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