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었습니다."

2010년 그는 오렌지 의상처럼 상큼한 매력을 뽐내는 '오란씨걸'로 불렸다. 2016년에는 강인한 군인 '윤명주'였다. 군모를 눌러 쓰고 전장 속에서 살던 윤명주는 2017년에 이르러서는 사랑스러우면서 당찬 '최애라'가 됐다. 이름을 잃은 게 기쁜 배우, 김지원(25)이다. 지난 7월 11일 종영한 KBS2 '쌈마이웨이'를 두고 김지원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 이름으로 불러주시는 게 제일 기분 좋다.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보셨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최애라는 윤명주 때보다 좀 더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전작이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했지만, 혹시나 차기작에서 전작의 캐릭터가 비칠까 봐 고민이 컸다. 다행히 '쌈마이웨이'의 최애라는 윤명주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부담은 적었다."

김지원에게 '쌈마이웨이'는 데뷔와는 다르고, 기존에 했던 작품들과도 다른, '새로운 시작'이었다. 특히 전작들보다 확연히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인 최애라라는 인물은 그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 냈다.

"윤명주 때는 딱딱하고 정해진 감정들만 사용해야 했다. 다양한 감정을 사용할 일이 많이 없었는데 이번에 하면서 재미도 많이 느꼈다. 또, 박서준씨가 현실 남친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저를 정말 사랑하는 눈으로 봐주셨다. 신을 한 땀 한 땀 장인처럼 만드시더라.(웃음) 맘껏 사랑하고, 맘껏 사랑받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쌈마이웨이'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현실감 넘치는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의 이러한 매력은 현장의 유쾌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작가님께서 문맥상 너무 벗어나지 않으면 입에 맞게 편안하게 해도 상관없다고 하셨다. 애드리브도 현장에서 많이 허용됐다. 어떨 땐 대사가 아니라 상황으로 그냥 넘어간 적도 있다.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마지막 화 엔딩에서 시청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장면은 현장에서 다 같이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나온 아이디어였다."

함께 연기한 박서준과의 케미도 화제였지만 송하윤, 안재홍 등 4인방의 우정 케미도 돋보였다. 김지원은 "네 명이 모이는 장면은 항상 재밌었다"고 4인방의 화기애애 했던 순간들을 회상했다.

"실수가 나도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의 배려 덕분이었던 것 같다. 송하윤씨는 실제로도 정말 엄마 같다. 배려심이 깊다. 지쳐 있을 땐 안마도 해 준다. 본인이 갖고 있는 걸 다 나눠 주는 스타일이다. 발랄하고 밝고 친절하고 항상 웃는다. 찌푸리는 걸 본 적이 없다."

 

 

'심쿵' 포인트가 넘쳤던 '쌈마이웨이'에서도 김지원이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고동만의 사고를 최애라가 결혼 자금으로 수습한 뒤, 벚나무 아래에서 김밥을 먹는 장면이다. 김지원은 드라마 속 고동만과 최애라의 관계를 단순한 남사친, 여사친 관계가 아니라 우정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김지원에게 '쌈마이웨이'는 올라가기보다는 조금 더 깊어지는 과정이었다. 전작인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반면에 두 계단 성큼 올라가게 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태양의 후예'는 커플로 열연했던 송중기와 송혜교가 결혼을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지원은 "정말 몰랐다. 기사 보고 알았는데 너무 잘 됐다고 생각했다. 축하드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작품에서 만나 인연을 만들어 보고 싶었던 적은 없냐고 묻자 "지금은 일에 집중하는 편이다"고 진중하게 선을 그었다.

 

 

출연한 작품이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은 그는 '운이 좋은 배우'다. 자만하거나 들뜰 법도 한데 김지원은 퍽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운이었다. 시청률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라고들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차근차근 하고 싶다. 흥망에 너무 연연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생각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여기까지 잘 왔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왔던 만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약 두 달간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전한 '쌈마이웨이'가 종영했다. 이제 8년 차에 접어든 배우 김지원에게는 종영을 맞이할 작품이 이미 종영한 작품보다 더 많을 것이다.

"배우란 이름이 굉장히 무겁더라. 다른 분들이 느끼기에도, 스스로 느끼기에도 배우 김지원이라는 타이틀이 이질감 없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올해 영화까지 끝나면 내년에 스물일곱이더라. 그 나이에 맞는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 제공=킹콩by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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