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상자’에서 유래한 박싱데이(Boxing Day)는 크리스마스 다음날(12월26일)을 가리키는 말로, 영연방 국가에서 크리스마스와 함께 휴일로 정해 성탄 연휴로 한다. 올해는 토요일인 26일이 박싱데이였으나 토요일은 대부분의 매장이 문을 닫기에 월요일인 28일로 대체됐다.

박싱데이는 전통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선물과 기부를 하는 날인데, 현대에는 크리스마스 재고 등 연말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소매상들이 물건 가격을 대폭 할인 판매하는 날로 여겨진다. 쇼퍼들에겐 파라다이스 데이다.

 

 

런던을 대표하는 헤롯, 셀프리지, 하비 니콜스 백화점 앞에 고객들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뤘다가 개장하자마자 아비규환을 이루며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이 외신의 전파를 타곤 해 유명하다. 최소 30%에서 최대 70~80%까지 세일을 하니 관광객은 물론, 물가 높기로 유명한 런던 시민들은 이때를 이용해 1년치 옷 사재기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인들과 함께 쇼핑가인 옥스퍼드 스트리트 뒤편 호스텔에 투숙했던 재작년, 오전 9시 무렵 거리로 나섰는데 그 시간부터 길거리엔 인파로 북적였다. 구치, 프라다, 버버리, 토즈, 제냐, 아르마니, 돌체&가바나 등 명품 브랜드부터 막스&스펜서·넥스트·톱샵과 같은 로컬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어마어마하다.

특히 영국 브랜드인 버버리와 폴 스미스는 도심에 각각 버버리 팩토리(해크니 센트럴역)와 폴 스미스 세일숍(뱅크역 인근 23 Avery row, London)이 있기에 추가 할인이 들어가면서 득템의 기쁨이 배가된다.

 

 

오전 11시~12시쯤 되면 길거리는 노란색 물결의 장관이 펼쳐진다. 일명 ‘박싱데이 컬러’라고 불리는 셀프리지 백화점의 노란색 쇼핑백을 든 사람들 행렬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인 관광객들의 인해전술도 빠트릴 수 없는 풍경이다.

 

 

박싱데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일행 중 한명은 온종일 발품을 팔았음에도 맘에 드는 아우터를 찾지 못해 한숨을 내쉬다 결국은 다음날 런던 외곽의 아웃렛 비스터빌리지에 들러서야 G-스타 로 아우터(약 18만원)를 구입했다. 나 역시 캐나다 슈즈브랜드 알도 매장에서 겨울용 귀마개 달린 모자, 막스&스펜서의 니트 스웨터, 데시구알의 긴팔 남방만 구입했다.

 

 

헤롯백화점 지하 매대에 쌓여있던 마크 제이콥스의 우드 휴대폰 케이스(세일가 1만5000원)를 만지작거리다 사지 못한 걸 두고두고 후회하기도. 부담 없는 가격이라면 꽂힐 때 사는 게 쇼핑의 정석인데, “나중에 다시 오지” 하다가 좋은 기회를 날렸다.

 

 

추천 장소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와 리젠트 스트리트의 중간, 대로 뒤편에 자리한 자그마한 카나비 스트리트. 아르누보 스타일의 리버티 백화점(건물 외관이 액자 같다)이 있는 곳이자 다양한 디자이너 숍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차 있다. 머리 위에 걸린 각종 크리스마스 간판과 장식물이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답다.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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