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에 이은 시리즈 3편 '혹성탈출: 종의 전쟁'(감독 맷 리브스)이 오는 15일 개봉한다. 영화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가족과 동료들을 잃게 된 유인원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와 인류의 존속을 위해 인간성마저 버려야 한다는 인간 대령(우디 해럴슨)의 대립, 퇴화하는 인간과 진화한 유인원 사이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담았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진일보한 특수효과를 구현한 뉴질랜드의 세계적인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앤더스 랭글랜즈(36) 시각효과 감독과 임창의(43) 조명감독을 8일 오전 광화문에서 만났다. 랭글랜즈 감독은 ‘마션’으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임창의 감독은 2009년 웨타 디지털에 입사해 '아바타' '혹성탈출' 시리즈, '어벤져스' '정글북' 등에 참여했다.

 

- 이 영화가 웨타 디지털에서의 첫 프로젝트다. 소감을 들려달라.

▲ 랭글랜즈) Great! 개인적으로 ‘반격의 서막’의 빅 팬이었다. 유인원들이 정말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었고 디지털 캐릭터의 유인원이 아니라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시저를 봤기 때문이다. 이번에 웨타에서의 첫 영화인데 이런 기술력을 가진 웨타와 작업한 건 꿈이 실현된 것과 같다. 그레이트 스토리와 판타스틱한 대본을 만나 기술 구현을 해낸 점에서 성취감을 느낀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내가 이 어려운 걸 해냈구나, 자부하게 된다.

 

- 지난 6년간 ‘혹성탈출’ 여정을 함께 했다.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

▲ 임) ‘혹성탈출’ 1편을 무척 잘 만들었다. 어색하지 않게, 리얼하게 유인원을 만들어냈는데 오히려 스트레스가 됐다. 관객의 기대치가 올라갔기에 2편에선 퀄러티를 더욱 끌어올려야 했고 잘 나왔다. 그런데 3편에선 또 더 끌어올려야 했다. 스트레스 받고, 노력했고 그리고 그 만큼의 보상을 받은 듯하다.(웃음)

 

 

- 웨타 디지털의 핵심 기술인 퍼포먼스 캡처 기술은 '혹성탈출' 3부작과 함께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 랭글랜즈) 배우들이 연기한 움직임을 표정 하나하나 따내는 '모션 퍼포먼스 캡처' 방식으로 촬영하지만, 유인원과 사람의 얼굴은 골격 자체가 다르다. 인간 감정을 표현하면서 최대한 유인원의 얼굴에 가깝게 느껴지도록 미세하게 조율하는 것이 우리 몫이다. 해부학적 차이와 그걸 구현하는 기술까지 완벽하게 이해한 998명의 스태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또한 모션 퍼포먼스 캡처는 보다 업그레이드된 실시간 '페이셜 애니메이션' 도구를 활용해 더욱 정확하고 세밀하게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덕분에 배우들의 움직임을 충실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섬세한 표정 변화까지 완벽하게 담아내며 캐릭터의 감정 변화까지 전달할 수 있게 됐다.

 

- 이번 편에서 유인원들은 대장정을 펼친다. 해변과 황무지, 도시와 산악지대를 비롯해 해가 쨍쨍한 한낮과 눈이 쏟아지는 밤 등 다양한 날씨를 통과한다. 장면마다 빛을 컨트롤해 현실적 느낌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 임) 전편들과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다. 새로운 기술과 프로그램 도구를 사용해 더 정확한 빛, 미묘한 디테일과 작은 뉘앙스까지 구현해냈다. 기존에 시각효과의 목표가 디지털 기술을 리얼하게 보이도록 구현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젠 디지털 액터의 연기가 인간의 연기와 얼마나 비슷한가로 옮겨졌다. ‘반격의 서막’에서 어느 정도 퀄러티를 보여줬고 이번엔 인간도 유인원도 아닌 새로운 종들의 연기가 관객의 감정을 흔들게 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다.

 

 

- 사실 모션 캡처 퍼포먼스, 페이셜 애니메이션, 첨단 시뮬레이션 도구 토타라 등과 같은 전문용어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관객 입장에선 스크린에서 어떻게 보이느냐, 어떤 감흥을 얻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 랭글랜즈) 맞다. 관객이 이 영화를 봤을 때 특수효과가 많이 들어간 작품을 보고 있다가 아니라 주인공 시저의 희로애락에 몰입, 스토리에 빠져들어 영화를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한 작업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만약 관객이 그렇게 한다면 우린 성공한 거다. 성공한 거 같다.(웃음). CG가 들어간 영화가 아니라 정통 실사영화를 본 듯한 느낌일 거다.

 

- 미국의 드림웍스·픽사 등 굴지의 해외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애니메이터, 특수효과 담당자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 임 감독이 소속된 웨타 디지털의 특징은 어떤지 궁금하다.

▲ 임) 처음 호주 시드니의 애니멀로직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후 영국의 더블 네거티브에서 5~6편의 영화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 이전부터 만들고 싶어했던 ‘아바타’를 진행하면서 아티스트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해서 웨타 디지털에 합류하게 됐다. 9년째 근무 중이다. 일은 힘들지만 보람이 크다. 그만큼 웨타가 시각효과 부분에서 선두이며 최고의 퀄러티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에 비해 일의 강도가 세지만 스태프와 아티스트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회사의 문화 때문이다. 최고의 작업이 가능하도록 모든 것을 아끼지 않는다.

 

 

- 이번에 유인원을 했는데 향후 시도해보고 싶은 디지털 캐릭터가 있나?

▲ 랭글랜즈) 감독이 제시하는 이야기가 재미나면 캐릭터도 멋질 것이다. 흥미로운 캐릭터가 주어진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말일 수도, 도마뱀일 수도 있고 스토리에 따라 달라질 듯하다. 개인적으론 용을 해본 적이 없어서 시도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긴 하다.

임) 디지털 캐릭터가 물속에서 뭔가 표현을 하는 도전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취미로 뉴질랜드에서 다이브를 하는데 물속에서 숨을 멈추고 앉아있으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으며 빛의 변화 역시 황홀할 정도다.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볼 한국관객에게 추천의 말을 전해달라.

▲ 랭글랜즈) 시저의 분노, 복수심, 책임감, 절망과 회한 등 복합적인 감정이 깃든 얼굴 표정을 보면 흡입력이 있어서 절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캐릭터들의 미세한 표정에 주목해 달라.

임) 몰입력이 강한 영화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게 될 거다. 또한 유인원들의 털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나왔나도 살펴봐주시길 부탁드린다. 1, 2편에서도 잘 표현됐다고 여겼는데 그동안 기술이 계속 개발되다보니 그때보다 훨씬 잘 나왔구나 느끼실 거다.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최상의 퀄러티를 만들어내고, 다음 단계에서 더 나은 퀄러티 만들어내고...그게 이 직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인 것 같다.

 

사진=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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