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은 전세계 대중에게 가장 영향력 높은 문화산업이다. 이를 주도하는 건 미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흐름이 한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엿보인다. 2020년 상반기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하반기에는 방탄소년단(BTS)이 주요 시상식을 4관왕으로 석권하며 미국을 점령했다.

사진='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지난달 31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생중계된 '2020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이하 '2020 VMA')에서 방탄소년단이 4관왕의 쾌거를 이뤘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지난 2월 발매한 정규 4집 'MAP OF THE SOUL: 7'의 타이틀곡 'ON'을 통해 베스트 그룹, 베스트 팝, 베스트 케이팝, 베스트 안무 등 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본 시상식에 앞서 진행된 프리쇼에서 방탄소년단은 지난해에 이어 베스트 K팝, 베스트 그룹 상을 수상했다. 이후 한국 가수 최초로 베스트 팝 상을 수상한 데 이어 베스트 안무 상까지 수상, 이변 없이 후보에 올랐던 4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37회를 맞이하는 'VMA'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드'와 함께 미국 4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음악산업의 중심에서 당당히 4관왕을 차지하며, K팝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님을 입증했다.

시상식에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날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이 'Dynamite'로 빌보드 '핫 100' 정상에 올랐음을 알렸다. 한국 가수 최초다. 앞서 빌보드의 또 다른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을 석권한데 이어 '핫 100' 1위까지 석권한 최초의 한국 가수라는 새 역사를 썼다. 

AFP=연합뉴스

한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2월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관왕을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데 이어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연이어 석권하며 흥행성도 입증했다.

2월 수상 직후 북미를 비롯해, 일본 등 아시아와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2005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무려 15년만에 한국 영화가 정상에 오르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무력감과 허탈감을 이겨낼 '돌파구'로서 데뷔 이래 처음 영어로 곡을 소화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무대 안팎의 모습이 동일한 고민을 지닌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생충'도 방탄소년단도 한국을 넘어 세계인을 사로잡은 요인은 공감이다. ‘기생충’은 계급 양극화를 보여주지만 가난한 가족이 늘 착하고 부자 가족은 나쁘다는 인식을 탈피했다. 부자 가족의 자연스러운 행동이 가난한 가족에겐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설정은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방탄소년단은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이슈를 건드리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신보 'Dynamite'에 대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이 곡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한국 고유의 문화나 정서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갗추며 전세계의 찬사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이 세운 업적은 단순히 상을 탔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종, 문화, 환경이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BTS 그리고 할리우드 'BONG' 신드롬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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