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예능으로 돌아온 최양락-팽현숙 부부, 악마의 재능으로 미(美)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탁재훈, 디지털 예능 출사표를 던진 이경규 등 이른바 ‘라떼 방송인’들의 질주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예능만 출연했다 하면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차지하는 ‘화제성 치트키’가 있다. 바로 JTBC ‘1호가 될 순 없어’의 최양락-팽현숙 부부가 그 주인공. 두 사람이 동반 예능에 출연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 MC로 호흡을 맞춰왔다.

사진=JTBC '1호가 될 순 없어'

‘1호가 될 순 없어’는 관찰 프로그램으로 ‘방송인’이 아닌 리얼 ‘부부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관찰 예능은 동경의 대상인 연예인들이 뭘 먹고, 뭘 쓰고, 어떻게 살고있는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또는 부부 갈등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자극적인 이슈를 양산했다.

반면 ‘1호가 될 순 없어’는 내가 아는 지인이거나 혹은 우리 부모님같은 연예인 부부의 일상이 눈길을 끈다. 특히 팽현숙, 최양락 부부가 화제가 되는 건 다년간 축적되어온 이미지도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팽현숙은 결혼 이후 방송 활동이 많지는 않았다. 간혹 방송에 근황이 소개될 때는 순댓국집이나 카페 등을 운영하며 가계를 챙기는 ‘살림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최양락은 이전에도 숱한 히트작들이 있지만 30대 시청자도 포용할 수 있는 추억의 알까기로 ‘뼈그맨’의 원조로 손꼽힌다. 여기에 충청도 사투리와 토크쇼 등에서 보여준 철없는 남편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이 만들어졌고, 웃기려고 애쓰지 않아도 한편의 꽁트같은 관찰 예능이 완성됐다.

사진=SBS '미우새'

MBN 예능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시즌3 방송을 앞두고 있는 탁재훈의 경우 고정 프로그램 하나 없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소위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그의 입담이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큰 웃음을 안겼기 때문. 탁재훈이 가장 주목받았을 때는 이상민, 박수홍, 김종국, 임원희, 김희철 등과 함께한 식사 자리였다.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탁재훈은 독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다.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복귀했으나 부정적인 시선이 짙어 다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때와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사뭇 다르다.

패널로만 출연해도 웃음을 보장한다는 이경규는 동년배 방송인들 중 가장 먼저 디지털 예능에 출사표를 던졌다. 카카오M ‘찐경규’가 그 주인공. 1회에서는 디지털에 문외한이 이경규가 편성 시간을 물어보고, 자신의 10대 선호도에 충격을 받는 등 모습이 그려졌다. 이미 방송가에서 ‘예능 대부’라고 불리는 이경규 입장에서 방송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의 디지털 예능 결정이 쉽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이경규의 새로운 디지털 예능을 기대하는 이유는 앞서 MBC ‘마리텔’을 통해 보여준 눕방 창시자의 면모 덕분이다. 플랫폼을 떠나 자신만의 웃음을 고수하는 이경규이기에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사진=카카오M '찐경규'

앞서 언급한 방송인들의 특징은 바로 ‘라떼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몇해 전부터 꾸준히 예능인 풀이 너무 좁다는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지는 않고 한정된 인력 안에서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다 보니 비슷한 그림체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과거에는 개그프로그램이 그나마 예능인들의 등용문이 되어줬지만 이마저도 동력을 잃으며, 믿고 보는 ‘라떼 방송인’들이 귀환하게 된 것.

그리고 여기에는 유튜브의 영향도 적지 않다. 화제의 클립 하나를 보면 출연자나 관련 영상이 추천되다 보니 이들의 과거 화려했던 예능 활약도 돌아볼 수 있게 됐기 때문. 실제 최양락 관련 영상 한 편을 보고나면 ‘해피투게더’ 등 게스트로 출연분은 물론이고 ‘알까기’ 당시 뉴스에 출연했던 영상들이 추천된다. 이경규의 ‘무한도전-예능총회’ 영상은 유튜브에서 아직까지도 꾸준히 댓글이 달리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다. 물론 이런 현상들이 하나의 스치는 바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륜이 녹아있는 ‘라떼 방송인’들의 활약이 지금 현재 시청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하나의 재미로 다가서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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