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가 예술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950년대, 운송에 혁명을 가져온 녀석이 있다. '컨테이너'다. 컨테이너는 물류 화물을 수송하는 데 쓰는 금속 상자를 뜻한다. 이 상자가 발명되면서 운송에 필요한 인력이 줄었고, 짐을 내리기 위해 항구에 오래 정박할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 컨테이너는 원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건축가들에게 컨테이너는 규격이 있어 조립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혀 주거 공간이 되기도 하고, 바다를 누비던 이미지가 그 자체로 자유의 상징이 돼 문화 예술 공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색적인 컨테이너의 다섯 가지 변신을 살펴본다.

 

○쇼핑몰

커먼 그라운드

 

세계 최고 규모의 컨테이너 건축물을 보고 싶다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건대입구역 6번 출구로 가 보라. 그곳에는 200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이어 붙여 만든 '커먼 그라운드가' 있다. 1600평 부지를 꽉 채우는 커먼 그라운드는 미국 라스베가스에 있는 '컨테이너 파크'를 연상케 한다.

'커먼 그라운드'는 2개 동으로 구성됐다. '20대를 위한 뉴마켓'이라는 콘셉트 아래 56개의 패션 브랜드와 16개의 식음료 매장, 1개의 문화공간들이 들어섰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커먼 그라운드를 만든 코오롱의 브랜드도 없다. 대신 청년 창업가, 소상공인, 사회적 기업의 브랜드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국의 음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 푸드트럭으로 세계 여행을 한 김치버스도 이곳의 볼거리 중 하나다.

 

○복합문화공간

플래툰 쿤스트할레

 

'플래툰 쿤스트할레'는 2009년 서울 논현동에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독일의 아트 커뮤니케이션 그룹 플래툰이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만든 쿤스트할레는 하위문화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쿤스트할레'란 미술 작품을 소장하지 않고 전시하는 문화 공간이다. 

서울의 '쿤스트할레'는 총 4층으로, 1층에는 미니갤러리와 공연 공간, 바가 있다. 2층은 도서관과 작가들의 스튜디오가 있으며 3층에는 사무실과 회의공간, 4층은 오픈 바다. 국내외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개인 작업실과 전시 공간을 제공한다. '쿤스트할레'의 모든 공연과 전시는 무료다. 2010년에는 광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도 생겼다.

 

문화복합공간 네모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안으로 들어가면 문화복합공간 '네모'가 있다. 지난 2012년 컨테이너 18개를 이어 붙여 3층짜리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블루스퀘어의 아트디렉터이자 건축가인 한원석 작가가 설계한 작품이다. 산뜻한 노랑과 열정적인 오렌지 컬러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네모'는 공연 예술은 물론 미술, 설치, 패션, 음악 등 각 예술 장르간의 벽을 허물어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여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개관한 이래 신진 아티스트의 발굴을 위해 아트월 공모전에 참가한 잠재력 있는 4인의 기획전인 '판타-큐브전'으로 그 시작을 알린 바 있다.

 

플랫폼창동61

 

'문화 불모지'로 불렸던 창동에 원색의 컨테이너 건물이 시민들과 예술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있다. 서울 지하철 창동역 1번 출구 '플랫폼창동61'이 그 주인공이다. 음악과 교육, 전시 등을 한 데 아우르는 트렌디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630평 규모에 61개의 대형 컨테이너로 구성됐다. '플랫폼창동61'은 전체 부지의 절반 정도를 음악과 공연에 특화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특히 레드박스는 스탠딩으로 최대 400명이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최근에는 음악과 음식, 패션을 동시에 즐기는 문화로 조명받고 있다.

 

○하우스

 

컨테이너 건물은 일반 건물에 비해 공사비가 20~30% 정도 저렴하다. 공사 기간도 짧고 비용이 적게 들어 가정집이나 게스트하우스, 사무실 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제주도의 '쭈욱게스트하우스'도 컨테이너로 주거 공간을 마련한 예시다.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제주도에서 어떻게 개성을 살릴까 고민하다가 탄생한 아이디어로, 원색과 컨테이너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 인기가 높다. 마찬가지로 제주도에 있는 '큐브 더 블루 게스트하우스'도 컨테이너로 만들어졌다. 한적한 분위기의 작은 마을에 파란 상자가 이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컨테이너 하우스는 장점만 있지는 않다. 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름에는 내부 온도가 쉽게 상승한다. 그렇기 때문에 컨테이서 하우스를 지을 때는 외부에 단열재를 설치하거나 직사광선이 닿지 않도록 목재를 이용하는 게 좋다.

 

사진 출처=커먼 그라운드, 쿤스트할레, 네모, 플랫폼창동61 홈페이지, 쭈욱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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