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시절부터 독립영화계 원석으로 ‘낙인’ 찍혔던 배우 서영주(20)가 연극 나들이를 한다. 오는 9월8일 대학로 CJ아지트에서 개막하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주연을 맡은 181cm의 키다리 청년을 대학로에서 만났다.

 

 

01. 2번째 연극

연극은 두 편째다. 2015년 데뷔 무대는 강태기 송승환 최민식 조재현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거쳐간 ‘에쿠우스’로, 말들의 눈을 찌른 17세 소년 앨런을 연기했다. '조제...'는 일본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가 원작이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순수한 여자 조제와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츠네오의 풋풋한 로맨스 그리고 성장기를 다뤘다. 꽃미남 청춘스타 츠마부키 사토시가 츠네오를 연기해 격찬을 들었다.

“연극무대는 관객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거라 편안한 마음으로 하기는 힘들어요. 모든 게 늘 새롭죠. ‘조제...’는 영화를 2차례 봤어요. 처음 조제를 바라볼 때의 감정이 동정이었다면 두 번째에선 사랑이 느껴졌어요. 20대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사랑하는 방법과 과정이 평범하진 않지만요. 츠네오의 동요, 후회 등의 감정을 살려내야 하는데 내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 듯해요. ‘조제...’는 20대의 출발선에 선 나에게 찾아온 선물 같아요.”

 

02. 젊은 에너지의 츠네오

츠네오 역에는 백성현 김찬호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3인3색의 츠네오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조제로는 최우리 문진아 이정화가 출연한다.

“찬호 형은 표현력이 좋으세요. 성현이 형은 담담하고 부드럽게 남자의 모습을 다 보여주고요. 조제 자체가 잔잔하니까 잘 어울려요. 영화에선 츠네오로부터 우울한 면도 느껴지지만 전 그런 느낌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젊은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젊게 보인다는 게 20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자기감정에 충실해 선택하는 모습, 아름다운 20대의 사랑을 객석에 어떻게 전달할 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03. 20대로의 진입

10대를 지나 20대 청년이 됐다.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세종대 연극영화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캠퍼스 라이프가 즐겁고 낭만 가득할 거라 기대했는데 과제만 가득했다고 웃음을 뿌린다. 교내 연극무대를 준비하며 선배들을 도와주다보니 아직은 많은 걸 즐기진 못하고 있다. 지금은 연기 전공이지만, 배우가 아닌 감독의 시선이 궁금하고 배우고 싶어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그가 느끼는 20대의 변화는 무얼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도 애 취급은 당하지만(웃음) 그래도 많이 적어졌어요. 성인으로 대해 주세요. 내가 타인을 바라보는 것도 달라졌고요. 어릴 땐 생각을 많이 하긴 했으나 지금은 생각하는 것도 달라진 듯해요. 예를 들어 ‘왜 갈까?’가 아니라 가서 무얼 할까, 무엇을 하기 위해 갈까 등을 좀 더 생각하게 된다고나 할까. 이런저런 상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20대 초반을 엄청 잘 누리고 있어서 행복해요.”

 

04.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누구의 아역’이란 배역을 달고 다녔다. 하지만 2012년 ‘범죄소년’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해내며 도쿄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씨네마닐라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어 화제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존재감을 확장했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뭐냐고 물으면 항상 ‘범죄소년’으로 대답해요. 첫 주연작이라서가 아니라 본 촬영 전까지의 연습과정, 현장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3차까지 오디션을 봐가며 우여곡절 끝에 합류하게 됐는데 2차 땐 연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같이 미혼모와 낙태에 대한 토론을 했어요. 10대의 본모습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낸 과정이 신기하고 새롭더라고요. 이후 ‘서영주의 앨런’ 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이 너무 좋았고 20대에 ‘서영주의 츠네오’가 되니까 또 남다른 느낌이 들어요.”

 

 

05. 어두운 캐릭터들

‘범죄소년’의 지구, ‘뫼비우스’의 아들, ‘에쿠우스’의 앨런, ‘밀정’의 배신자 동성, ‘솔로몬의 위증’의 소우...밝고 구김살 없는 소년이 아니라 어두운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해왔다. 남다른 선택이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느껴보지 못했던 걸 선택하는 편이에요. 보통의 사람들은 행복만 찾아요.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고, 애정이 있으면 증오가 있잖아요. 너무 행복한 것만 보면 슬픔을 잊을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10대가 밝고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이런 아이들도 있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하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사랑스럽고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라 10대도 이런 아픔을 가지고 슬퍼할 줄 알고, 어두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도전해 왔어요.”

그런 감정을 길어 올려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동반됐으리란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추측이다. 스스로도 힘들고 답답하긴 했으나 좌절은 없었다고 한다. 막히면 찾을 때까지 계속 어른들, 선생님들한테 물어봤다. 급하고 낙천적인 성격 덕에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갔다.

 

06. 사랑

“다들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중장년 세대는 과거의 첫사랑을 추억하고 싶어할 거고, 지금 사랑하는 20~30대는 좀 더 확인받고 싶거나 ‘내가 하는 사랑이 맞나?’란 물음표를 가지고 있을 거고요. 치유 받고 힐링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을 거예요. ‘조제...’는 10대나 50대 관객이 봐도 사랑을 느낄 수 있고 설렐 수 있을 거라 여겨요. 특히 개막하는 계절이 가을이라 사랑을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연극이 아닐까 싶고요. 무엇보다 재밌나요. 소설이 원작인데 소설과 영화 사이를 왔다 갔다 하거든요.”

 

 

07. 무대

“드라마, 영화, 연극에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거는 동일해요. 그런데 연극의 경우 무대 위에선 멈출 수가 없으니까 전적으로 배우를 믿어주는 듯해요. 영화는 배우가 감독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제일 흥미롭고 재밌는 건 연극이에요. 무대 위에서 박수 받고 호흡하는 게 짜릿하고요.”

배우라면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은 다 해봐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나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배우로서 여러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아직은 서툴지만 노래는 더 노력해서 언젠가는 뮤지컬도 해보고 싶다.

“김윤석 선배님을 가장 존경해요. 과거 영상을 찾아본 적이 있는데 연극과 영화에서의 모습이 많이 달랐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에선 무대에서만의 매력을 뽐내고, 영화나 드라마에선 카메라 안에서 그 메카니즘에 딱 맞게 연기하는.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요? ‘햄릿’과 ‘오이디푸스’요. 고전이 원초적이고 표현하기 어렵다는데 캐릭터와 메시지는 현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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