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두 팀이 전 세계 음악시장을 점령하며 K팝 쌍끌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일,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신곡 'Dynamite'(다이너마이트)로 1위를 차지했다. 여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는 여러 차례 1위를 석권해왔던 방탄소년단이지만,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서 지난 2월,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 :7'의 타이틀곡 '온'(ON)을 통해 '핫 100' 4위라는 국내 아티스트 최초 기록을 세웠던 이들은 약 반년만에 그 기록을 갈아치우며 또 한번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뿐만아니라 8일(현지시간) 공개된 차트에서도 여전히 1위를 기록, 2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다.

전 세계 아티스트를 통틀어 세 번째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 유튜브를 통해 수차례 최초, 최고, 최단의 기록을 써내려가며 초강세를 보였던 블랙핑크 역시 빌보드 '핫 100' 점령에 힘을 보탰다.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가 협업한 신곡 'Ice Cream'(아이스크림)이 빌보드 '핫 100' 최신 차트에서 13위를 차지했던 것.

기존 블랙핑크의 핫 100 최고 순위는 올해 발매한 싱글 ‘How You Like That’과 레이디 가가 곡에 피처링한 ‘사워 캔디’가 공동으로 기록한 33위였다. 2018년 ‘뚜두뚜두’(55위)로 핫 100에 처음 이름을 올렸던 블랙핑크는 2년간 꾸준히 새 기록을 세우며 글로벌 음악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넓혀 왔다. 그 결과 빌보드 사상 핫 100 40위권 내에 이름을 세번 연속 올린 두 번째 걸그룹이라는 기록을 안았다.

전 세계 최대의 음악시장이자,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악 순위를 집계하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 K팝 아티스트의 곡들이 나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것은 괄목할만한 성적이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미국 라디오 방송 횟수를 집계하는 만큼 비영어권 노래는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 

뿐만아니라 핫 100 차트에 1위로 데뷔한 곡은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를 포함해 43곡뿐이며, 2주 연속으로 정상을 유지한 곡은 이 중에서도 20곡에 불과하다. 단순히 팬덤 내 인기를 넘어 미국 대중들 사이에서의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빌보드는 '다이너마이트'의 차트 고공행진 비결로 리믹스 버전들을 꼽았다. 지난달 28일 발매된 풀사이드(Poolside)와 트로피컬(Tropical) 리믹스 버전이 EDM, 어쿠스틱(Acoustic) 리믹스 버전과 더불어 '다이너마이트'의 2주 차 스트리밍에 힘을 실었다는 것.

특히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와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은 이들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영어 싱글이라는 것에 있어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이너마이트'는 곡 전체가 영어로, '아이스크림'은 랩파트 몇 소절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어 가사로 구성됐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 더욱 현지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키포인트라는 분석이다.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켜줄 경쾌한 팝 장르의 곡이라는 것 역시 닮아있다. 디스코 팝(Disco Pop) 장르의 '다이너마이트'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된 곡이다. 방탄소년단은 중독성 강한 청량한 멜로디와 유쾌한 가사를 통해 자신들만의 힐링송을 완성시켰다.

실제 영국 음악매거진 NME는 '다이너마이트' 발매 후 "방탄소년단이 암울했던 2020년을 이겨 낼 여름 노래를 선사했다"며 "음악이 잠시나마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돼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라고 평했다.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이들에게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서 위안과 희망을 선사했다는 것.

그간 강렬하고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대표돼 왔던 블랙핑크 역시 '아이스크림'을 통해 180도 변신을 꾀했다. '아이스크림'은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달콤하다'는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팝 장르의 곡.

블랙핑크는 귀엽고 상큼한 콘셉트의 노래로 반전 매력을 선사하며 글로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콘셉트라는 신선함이 별다른 무대 활동 없이도 이전보다 더욱 다양한 글로벌 팬덤과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했다는 평이다.

이처럼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는 이미 수차례 신기록 행진을 펼쳐왔음에도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변화'와 '도전'을 거듭하며 계속해서 자신의 위치를 견고히 다지는 것과 더불어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핫 100' 기념 간담회에서 "항상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K팝 아티스트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이들이 그려나갈 또 다른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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