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것만 보고, 해석하고 싶은대로 해석하는 악플러들이 이번에는 최자에게 ‘좌표’를 찍었다.

10일 방송된 MBC ‘다큐플렉스-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에는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故 설리(본명 최진리)의 어린시절부터 연습생, 연예계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해당 방송에는 딸을 보낸 후 용기를 낸 모친과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만나 연예계 활동을 함께했던 티파니가 출연했다.

사진=MBC '다큐플렉스'

방송 이후 사람들의 시선은 최자에게로 향했다. 최자는 2017년 3월 결별을 인정하기 전까지 약 3년간 설리와 만났다. 공개 연애를 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여타 연예인들과 달리 설리는 당당하게 SNS에 사진을 게재했다. 하지만 이런 설리의 행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13살 나이 차이를 두고 최자와 설리를 비난하는 악플이 쏟아졌다. 다이나믹 듀오의 몇몇 노래들은 설리를 대상화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대중음악이 연인관계를 담고 있지만 설리와 사귄다는 이유만으로 최자의 노래는 힐난을 받았다.

늘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던 설리는 최자와 헤어진 이유에도 늘 악플에 시달렸다. 사람들은 설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설리는 ‘악플의 밤’ 진행을 맡으며 “악플이 너무 많아서, 한 번쯤은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선택의 이유의 배경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이 악플을 원인으로 지적할만큼 정도가 심각했다.

그 악플이 이제 최자를 향하고 있다. 해당 방송에서 설리의 모친은 딸과 멀어진 계기로 최자를 지목했다. 13살이 많은 남자친구를 만나며 설리의 주변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모녀간에 이견차가 생겼고, 결국 설리는 가족으로부터 독립했다는 골자의 내용이었다.

이후 마치 최자가 모든 사건의 발단이라는 식의 목소리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의도에서도 한참 빗나간 자의적 해석으로 악플이 쏟아졌다. 최자의 인스타그램에 달리고 있는 악플은 제 3자가 읽기에도 거북할만큼 조롱과 멸시로 가득하다. 설리 사태에 대한 책임을 최자에게 물으며 양심 운운하는 댓글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댓글로 받을 고통을 생각하는 양심은 어디있는지 의아해진다.

설리에 이어 그녀의 절친한 친구였던 구하라까지. 지난해 두 명의 연예인이 세상을 떠나며 사회적으로도 악플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때문에 양대 포털인 네이버, 다음 댓글창이 폐쇄됐다. 하지만 개인 SNS의 댓글, 심지어 DM으로까지 연예인들을 괴롭히는 악플러들의 활동은 여전하다. 두 명의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던 김희철은 직접 악플과의 전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김희철은 지난 7월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악플러를 계속 잡을 것”이라며 선처가 없다는 강경한 뜻을 내비쳤다.

물론 김희철 이전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에 법적대응을 이어왔다. 하지만 ‘인기로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 다소 소극적인 태도일 수 밖에 없었고, 대부분 소속사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김희철은 “나는 손해 볼 것이 없다. 쥐도 새로 모르게 진행하겠다”라며 이에 맞섰다. 용기있는 김희철의 행동에 팬은 물론 많은 네티즌들이 응원을 보냈다.

설리가 떠난지 1년. 우리는 왜, 여전히 누군가를 끝없이 혐오하는 혐오사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설리에 대한 죄책감을 최자를 향한 비난을 정당화하고, 마구잡이 악플을 쏟아내는 행위를 과연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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