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대세로 떠오른 요즘, 멋진 작품들이 쏟아지면서 독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고된 웹툰 시장에 ‘애니툰’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도전장을 내민 작가가 있다. 웹툰 플랫폼 코미카(www.comica.com)에서 판타지 액션 ‘백퍼센트(100%)’를 연재하는 작가 갱눈(26‧본명 백경륜)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어느 날, 갱눈 작가를 만났다. 시원한 음료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그는 오는 9월 초, 시즌 2 연재를 앞두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작품 속 화끈한 액션과 반대로 여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진정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드러내는 반전매력을 뽐냈다.

 

애니툰 ‘백퍼센트’는 퍼센저로 불리는 돌연변이들에 의해 서울을 제외한 전 세계가 멸망한 후를 배경으로 삼는다. 기억을 잃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퍼센저 알비노가 정체불명의 해커에게 납치된 첫사랑 세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로 남성 팬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도무지 여성 작가의 머리에서 만들어졌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멋진’ 세계가 펼쳐진다.

“‘백퍼센트’는 중학생 시절에 구상한 작품이에요. 어려서부터 만화가가 꿈이었거든요. 그런데 입시를 준비하면서 전혀 다른 미술을 접하게 되다보니까 잊고 살았었어요. 스무 살 즈음에 입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림에 흥미를 잃으면서 ‘인생 슬럼프’가 왔었어요. ‘백퍼센트’는 그때 다시금 제 인생에 목표를 설정하게 해준 작품입니다. 틀에 박힌 입시미술이 아니라, ‘정말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무엇일까’를 깨닫게 해줬지요.(웃음)”

 

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영감’이란 건 늘 중요하다. 순정만화에 어울리는 외모를 가진 갱눈 작가가 액션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것도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한 작품이 전한 영감 덕분이었다.

“사실 어떤 하나를 특정해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본 영화, 만화 등 온갖 매체에서 받았겠죠. 그 중에서 하나만 꼽자면 ‘봉신연의’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연출을 할 때 저도 모르게 ‘봉신연의’의 느낌이 묻어나더라고요. 또 제 이상도 담긴 것 같아요. 제가 문과라서, 과학이나 SF가 그렇게 멋져 보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얕은 지식으로 캐릭터나 SF 설정을 추가 했지요. 제가 봐도 멋있는 것 같아요. 하하”

 

“틀에 박힌 미술이 싫었다”고 말한 갱눈 작가는 웹툰의 형식에서도 틀을 거부하고 있다. 딱딱한 사각 프레임에 갇힌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웹툰의 중간에 있는 ‘애니툰’을 시도해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덕분에 액션은 더 생생해지고, 몰입감은 극대화 된다.

“사실 앞서 많은 작품들에서 움직이는 만화가 시도됐어요. 제 작품이 엄청 새로운 건 아니에요. 호랑 작가의 ‘옥수동 귀신’ 같은 건 특히 유명하지요. 사실 작가 지망생 시절엔 독특한 걸 하면 빨리 데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애니툰에 도전한 거예요.(웃음) 또 일반적으로 웹툰은 주간 연재인데, 그러면 퀄리티를 최대한 끌어낼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동영상 작업을 한다고 하면, 플랫폼에서 주간 연재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죠. 제 나름 퀄리티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꼼수가 아니라 애니툰의 매력에 폭 빠져서 하고 있죠.”

 

아무리 주간 연재가 아니라지만, 갱눈 작가는 ‘백퍼센트’에서 스토리 그림 채색 동영상 등등 모든 작업을 혼자 하고 있다. 남들은 하나만 하기에도 벅찬 작업인데, 모든 걸 다 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항상 힘들다.” 하지만 고비를 넘어서면서는 힘듦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고 고백했다.

“가장 큰 고비는 데뷔 직전이었어요. 프롤로그랑 1화를 1년 넘게 짰어요. 설정도 생소하고, 주인공은 히키코모리에 답도 없고, 괜히 스토리는 복잡하게 꼬았고... 생초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닌 거였어요.(웃음) 부모님도 딸내미가 우울해하고 있으니까 굉장히 속상해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나름 노하우가 쌓였어요. 특히 스토리는 어느 순간 머리가 팽팽 돌아가더라고요. 게다가 시즌 2는 애니메이팅 부분에서 다른 분들이 도와주시기로 결정이 났어요. 시즌 1보다 더 좋은 퀄리티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다행이지요.”

 

애니툰을 표방하는 ‘백퍼센트’엔 다른 웹툰엔 없는 오프닝 영상도 있다. 멋스런 영상은 물론, 갱눈 작가가 직접 부른 오프닝 OST까지 들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새로움과 임팩트 때문에 시도했지만, 지금은 싱글 앨범 제의까지 받을 만큼 두툼한 팬층을 확보했다.

“이번 시즌 2 오프닝곡을 밴드 노브레인 황현성씨가 작곡해주셨어요. 그분이 시즌 1 오프닝을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하게도 사석에서 양꼬치 먹으면서 ‘싱글 낼 생각 없냐’고 물어보시기까지 해주셨어요. 전공자도 아니고, 배운적도 없어서 참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싱글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웃음) 재밌을 것 같아요. 그냥 독자분들이 더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노래인데, 일이 조금 커진 것 같네요.(웃음)”

 

인터뷰를 하면서 느껴진 갱눈 작가의 이미지는 한 마디로 ‘도전적’인 사람이었다. 애니툰도, 오프닝 곡도, 장르도, 그녀의 작품 활동은 모두 도전으로 점철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도전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물었다.

“의외로 도전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제게 도전은 ‘먹는 것’ 밖에 없어요.(웃음) 안정적으로 연재를 하려고 머리를 굴리다보니까 도전처럼 된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거든요. 자유롭게 그림 그리는 것도, 소년 만화도, 음악도 다 그렇지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보다 확실하게 데뷔하려고 새로움을 ‘결정’했던 게 도전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진짜 도전은 시즌이 이어지고, 더 많은 독자 분들이 봐주시게끔 노력하는 거지요.”

 

이제 시즌 2에서 ‘진짜’ 도전을 이어갈 갱눈 작가에게 시즌 1에서 아쉬웠던 점과 시즌 2의 목표를 물었다.

“사실 ‘백퍼센트’가 되게 장편이에요. 애니툰이라는 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속도감이 다르다보니까 사소한 이야기를 못 풀어나가는 게 꽤 아쉬워요. 시즌이 늘어가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계약을 좀 더 늘려달라고 해볼까요?(웃음) 시즌 2는 9월 초쯤에 시작할 예정이에요. 큰 걸 바라지 않지만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이런 작품, 형식도 있구나...’라면서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덧붙여서 ‘재밌다’고 말씀해 주시면 더 좋겠죠?(웃음)”

 

'백퍼센트' 작품 링크
https://www.comica.com/anitoon/episode/100261
 

 

사진=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코미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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