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가 탄생 40주년을 기념해 한국 팬들을 찾아왔다. 오랜시간 사랑받아온 작품인만큼 명불허전 '캣츠'다운 공연을 선보였다.

''캣츠'가 '캣츠'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T.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한명의 주인공과 하나의 사건을 밀고나가는 선형적(線形的)인 스토리와 다르다. 젤리클 고양이들 각자가 지닌 특징과 그들의 삶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주인공없이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고양이의 삶으로 돌아보는 인생의 추억, 삶의 가치, 미래에 대한 희망 등 보편적인 가치에 공감할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극의 진행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아무리 세계적 명작이라지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캣츠'는 움직임의 예술을 가장 잘 표현한 뮤지컬이다. 수십명의 배우들이 각자 다른 분장을 하고 고양이처럼 움직인다. 젤리클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가 표현하는 섬세한 움직임과 퍼포먼스를 보고 있노라면 눈을 뗄 수가 없다.

관객과 함께하는 연출 또한 '캣츠'의 장점이다. 2막 초반 한국팬들을 위한 깜짝 한국어 노래부터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한 메이크업 마스크까지 세심하게 관객을 생각했다. 관객석 통로를 지나오는 올드 듀터러노미, 인터미션에 관객과 인사를 나누는 젤리클 고양이들도 반가움을 전한다.

'캣츠'하면 떠오르는 넘버 '메모리(Memory)'는 역시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젤리클 무리를 떠났다가 돌아온 뒤 외면당하는 그리자벨라가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희망하는 노래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스 사이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레 미제라블' 등 웨스트엔드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디바 조아나 암필이 부른다. 엄청난 성량과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한다.

젤리클 고양이의 아이돌인 럼 텀 터거 역은 웨스트엔드에서 주목하는 스타 댄 파트리지가 맡았다. 지혜롭고 현명한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 역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 스타 브래드 리틀이 연기한다. 세계적 배우들이 들려주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다양한 장르 넘버들은 한글 자막을 보지 않고서도 즐기기에 충분하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11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펼쳐진다.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브래드 리틀, 앤드류 던, 도미니크 해밀턴 등이 출연한다.

사진=에스엔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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