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건이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를 다니던 시절을 회상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브이아이피'로 스크린에 귀환하는 장동건을 만났다. 이날 장동건은 20여년 전 한예종에 입학하던 시절의 기억을 꺼내놓았다. 

장동건은 19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로 입학해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2년간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으나 졸업 이수를 하지 못한 채 자퇴했다. 최근 한예종 출신 배우들의 활약으로 한예종 타이틀이 업계에서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졸업을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동건은 시원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물론 아쉬움은 있죠. 그때는 학교가 처음 생겼을 때니까 방침이 굉장히 타이트했어요. 변수도 많았고, 체계가 안 잡혀있기도 했구요. 원래는 2년 동안 외부활동이 안되고 3학년 때부터 할수있기로 되어 있었어요. 3학년 때 활동을 재개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제가 딱 3학년이 되니까 졸업할 때까지 외부활동이 안 되는 걸로 규정이 바뀌어버리더라구요. 그 시기엔 2년을 더 기다리는 게 겁이 났어요. 그래서 자퇴를 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데뷔 2년만에 청춘 스타로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그때만 해도 한예종은 갓 생겨난 학교였고, 외부 활동 금지가 철칙이었으니 장동건의 한예종 입학은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장동건이 처음 학교를 가려고 마음을 먹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소소하게 배우를 꿈 꾸고 준비해서 꿈을 이룬 경우가 아니에요. 그 당시에는 길거리 캐스팅이 많던 시절이고, 저도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런 식으로 데뷔를 했죠. 1992년 MBC 공채탤런트 21기로 입사를 했는데, 비정규직 2년 계약을 했어요. 다른 회사원들처럼 출석부에 도장 찍어가며 출퇴근 하고, 동기들이 탤런트실에 모여서 현장 캔슬됐는지 안됐는지 전화도 받고 그랬죠."

 

출퇴근 생활 6개월만에 청소년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에 캐스팅 됐다. 고작 반년만의 캐스팅은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 식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되니까, 뭔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 같고 계속 끌려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 상황을 즐기지 못했어요. 마냥 불안했고. 그러다 '마지막 순간'이라는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이게 굉장한 히트를 친 거예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서 덜컥 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연기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학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한예종을 알게 됐다. 차별점이 있는 학교인 것 같아 망설임 없이 입학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당시 함께 학교를 다니며 동고동락했던 이선균, 오만석을 비롯해 연극원 동기들과 후배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기분이 남다르다. 

"당시 한예종이 막 생겨나던 때였어요. 업계에서는 좋은 학교라고 이야기가 자자했죠. 선생님들도 정말 유명하신 분들이고, 커리큘럼도 기존이랑 달라서 다니고 싶었어요. 선균이, 만석이 전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에요. 2, 3년 전에 같이 붙어다닌 것 같은 기분인데, 그 친구들이 열심히 활동하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하고 그래요. 친구들이랑 학교 다니던 시절이 되게 재밌고 좋았었네요."

한편 장동건의 3년만의 느와르 신작 '브이아이피'는 23일 개봉한다.

 

사진 =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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