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20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국민참여기구인 국민인수위원회 소속 국민인수위원 280여 명이 참석해 새 정부 정책과 개혁 과제를 놓고 '토크쇼' 형태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입을 맞춘 듯 “자회자찬 이벤트” “쇼통의 끝”이라고 혹평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성과와 깊이 있는 국정운영으로 나설 때”라며 “언제까지 취임식을 연상케 하는 자화자찬 이벤트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셀프 백일잔치를 할 만큼 우리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은 시시각각 엄중해지고, 일선 장병들은 을지훈련 준비에 한창이고, K9 자주포 순국장병들의 영결식이 당장 내일인 이 밤,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단 동의하지 않는다. 전 대변인이 끌어들인 ‘취임식’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새 정부를 꾸려야했기에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단촐하게 치렀다. 더욱이 자화자찬 이벤트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을 초래한 당시 집권여당 관계자가 천연덕스레 할 소리는 아니다.

박 대변인이 말한 것처럼 안보상황이 엄중한 것은 맞지만 모든 행사에서 ‘안보’를 언급한다고 한반도 위기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언급하지 않았다고 대통령이 안보에 소홀하다고 비판할 준거가 되진 않는다. 침소봉대식 해석이다.

한편으론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쇼’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8월 위기설’은 잦아들었다고 하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먹거리에 대한 위기감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치솟는 상황에서 ‘토크쇼’를 연다는 말에 의아했었다.

 

 

국민인수위원들이 질문하고, 관계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이 대답하는 ‘토크’는 차치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와 전직 아나운서 출신 청와대 부대변인이 MC를 맡고, 인디밴드가 출연해 ‘꽃길을 걷게 해줄게’를 열창하는 ‘쇼’까지 굳이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대통령의 탈권위와 격의 없는 소통 행보에 대해선 박수를 보내지만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부터 토크쇼 형식의 ‘대국민 보고대회’에 이르기까지 잘 연출된 ‘쇼’를 자꾸 보여주려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된다.

내용에 걸맞은 형식은 중요하지만, 형식에 내용이 갇히거나 왜곡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알맹이도 없이 의전에 집착했던 전임 대통령과 또 다른 형태의 의전과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사진= JTBC, MBC 영상캡처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