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디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유영의 표정 연기다. 그가 연기한 수진은 친구이자 최고 수준의 선수인 이영(신민아)에게 질투심과 원망을 간직하고 있다. 사고 이후 이영이 느끼는 정신적 혼란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이유영은 섬뜩한 얼굴로 관객을 놀래키기도 한다. 

"영화를 먼저 보신분들께 '수진이 너무 무섭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이해가 잘 안됐어요. 난 무섭게 연기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는데. 근데 생각해보니 감독님이 회상 장면으로 들어갈 때 수진의 섬뜩한 표정이 필요하다고 좀 다르게 웃어달라고 주문하셨어요.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그렇지 않은. 실제 수진의 마음이 아닌 이영의 회상에 들어갈 표정들을 표현하는게 어려웠죠"

"촬영 때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그래도 감독님이 연출적으로 잘 해주실거라 생각했어요. 회상 장면이니 수진이 그렇게 악한 인물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고요. 그런 부분이 편집이 잘 돼서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로 완성된 것 같아요. 그런 공포감을 주는 캐릭터로 표현된 게 짜릿하기도 했고요"

'디바' 속 이유영은 섬뜩함을 가진 얼굴을 선보였지만 마냥 낯설진 않았다. 최근 방송된 MBC 시네마틱드라마 'SF8-간호중'에서도 인공지능 간병로봇을 연기했다. 무표정하지만 그 안에 슬픔, 공포, 사랑,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담아내 표현하며 호평받았다. 하지만 이유영은 작품으로 선보인 차갑고 무서운(?)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밝혔다.

"주변에서 항상 영화 속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가 다르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동안 센 역할, 사연있는 역할을 많이 했기에 좀 어두운 이미지가 있는 것 같긴 해요. 또 사람들이 제 속을 알 수 없다고 말씀하기도 하세요. 까칠할 것 같다고 보시는 분들도 많고요.  근데 그보다 훨씬 더 재밌고 유쾌하고 밝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전 순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랍니다(웃음)"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은 대중에게 모든게 오픈된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유영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최근 운동을 하면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는 이유영. 경쟁을 위한 욕심을 버리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운동선수도 배우도 경쟁이라는 것에서 닮아있죠. 근데 그건 일반적인 사회 생활,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 누구나 가지고 사는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배우라서 훨씬 더 많은 대중한테 보여지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건 있지만요. 또 배우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직업일 수도 있어요. 배우로서의 이유영에 집중하고 살아왔지만 요즘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연기하지 않을 때의 이유영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욕심, 욕망이 과하면 해가 되고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스스로 더 피폐하게 만들고. 그걸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연기도 긍정적으로 하고 싶어요. '스스로한테 정직하고 떳떳한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로 다이빙 훈련을 하면서 도전하는 즐거움을 재차 느꼈다는 이유영. 연기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역할, 직업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연기를 "평생 걸어가야 할 길"로 표현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높였다. 

"'디바'에서도 부분적으로 나왔지만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는 너무 센 역할들을 많이 해서 좀 벗어나고 싶어서 귀엽고 사랑스런 역할을 더 해보고 싶기도 했거든요. 근데 단막극이나 다른 드라마로 좀 해소를 한 것 같아요. '디바'를 보고 극 중 이영처럼 극한으로 감정을 끌어올리고 섬뜩함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연기는 평생 걸어가야 할 길인 것 같아요. 다른 길로 벗어나고싶은 생각은 없어요. 또 주변사람들한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요. 그동안은 저한테만 집중하면서 살아온 것 같은데, 나이가 서른이 되고나서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사진=영화사 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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