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이 야외공간 큐레이팅 '광화문 랩소디'를 선보인다.

오는 12월 3일까지 진행되는 '광화문 랩소디'는 200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야외공간 큐레이팅 프로젝트 일환이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올해는 대학미술협의회와 공동주최로 진행해 협의회가 추천한 총 4개의 대학교(가천대,동국대,성신여대,중앙대) 지도교수와 대학원생이 팀을 구성해 참여했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을 응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데 전시에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

'광화문 랩소디'는 우리나라의 대표 역사·문화 거점인 광화문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주제로 삼아 4개의 대학교가 선보이는 총 8점의 조형 작품이 전시된다. 본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이 위치해 있는 광화문이라는 장소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시각적으로 재조명한 예술 작품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의 예술적 상상력을 주목하는 데 전시의 목적이 있다. 

다양한 신진 작가가 모인 만큼 서로 상이한 재료와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광화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아 특색 있는 전시로 소개한다. 

가천대(권나영, 이찬주, 정은송)는 광화문이라는 장소가 한국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것에 주목했다. 한국의 전통 문양에서 영감을 얻은 조형 작품을 선보인다. '2020 일월오봉병(日月五峯屛)'은 조선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편을 장식했던 병풍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 속 전통 민화를 차용해 철, 합성수지, LED 조명 등을 재료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일월오봉도가 왕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동시에 왕조가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듯이, 2020년 재탄생 된 일월오봉병 또한 동시대인들에게 희망과 안녕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초월(初月)'은 한국의 전통 창호 문양에서 영감을 얻어 PVC 파이프를 이용해 광화문 광장을 밝히는 초승달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초월은 초승달의 다른 말로 풍요를 상징하는 보름달은 아니지만, 보름달이 되기 위한 첫걸음의 과정으로 가능성과 희망적인 의미를 부여해 관람자들에게 희망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동국대(김민수, 박재성, 서동해, 성태윤, 전기수, 조원, 조은상)는 광화문 광장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흘러넘치지 않는' '그러나 강렬하게'를 소개한다. 두 작품을 통해 민주주의의 표상이 돼 온 광화문 광장을 자유와 투쟁의 장소에서 자유에 대한 염원과 환희의 흐름을 품고 있는 상징적 공간으로 변모시키고자 했다. 

지난날 발전을 위한 불협화음들 속에서 우리는 투쟁이 아닌 성숙한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웠고, 이 올바른 흐름의 방향을 작품 속 철망에서 뿜어져 나오는 CD관들의 거대한 흐름으로 시각화해 성숙해진 우리 사회에 대한 예찬을 표현했다.

건축자재의 기초가 되는 CD관을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한 것 역시 광화문 광장에서 목소리를 냈던 개개인이 나라의 기본이고, 공동체의 기본이듯이 CD관 하나하나를 한 개인으로 생각하여 CD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형상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상을 시각화했다.

성신여대(김규진, 김리현, 김재인, 남지형, 서승원, 송현구, 이승호, 차정아)는 광화문을 소재로 하여 즐거운 상상력을 더한 작품을 선보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광화문 광장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과 변화의 궤적들이 하나의 나무처럼 자라나 국화인 무궁화 꽃을 피우며 미래를 열어간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작품은 나무와 모빌 위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걸려있고 그 꽃 위에 염원과 소원, 희망 등을 자유롭게 직접 적을 수 있게 돼있다. 이 작품 중심으로 한국적인 색과 단청문양 형태의 그림이 그려진 9개의 벤치가 마련돼 있다. 일반 시민들 누구나 이 벤치에 앉아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패턴의 조화를 느끼며 메시지가 담긴 꽃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마법의 정원'은 자연석, FRP, 스테인레스 스틸, 레진 등을 주재료로 제작된 조형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후정에 위치한 작은 돌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돌길 주변 풀숲에 조용히 움츠린 바위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재미난 조형물로 탄생된 이 작품은 상상력이 만들어낸 생명의 신비함에 관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중앙대(김나윤, 김영수, 김윤호, 배현우, 서지우, 우성균, 이상현, 허지현)는 광화문의 상징성을 담은 두 작품을 선보인다. 광화문의 '광화'는 '광천화일'의 줄인말이다. '광천'은 암흑세상이 아닌 광명한 세상을, '화일'은 혼란한 시대가 아닌 안정된 시대를 뜻한다. 

'안녕-안녕'은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세종문화회관 건물 외부에 등장시켜 평화의 안녕을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현실세계인 우리들의 일상으로 소환시켰다. 작품은 조형물 제작용 특수 원단인 폴리에스테르 원단과 공기주입 모터로 제작된 공기조형물로 믿음, 소망, 사랑, 희망, 열정과 같은 추상적인 것을 색으로 형상화하고자 여러 색의 계열이 불규칙적이지만 조화롭게 배치된 패턴을 비둘기에 첨가시켰다. 

'여보세요'는 광화문과 공중전화의 역사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980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공중전화가 등장해 줄곧 공중전화는 연락을 하는 절대적인 수단이었던 시절이었다. 공중전화의 역사와 같이 광화문의 역사를 개인의 추억과 회상의 의미를 확장시켜 공중전화 박스를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이며 지나간 과거와 현재의 소통이란 단어가 떠오르도록 관람자들에게 제시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오는 12월 3일까지 진행된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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