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나운서 27명이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아나운서 잔혹사의 중심에 있으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 동료를 팔아치운”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사퇴를 촉구하며 22일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당한 전보조치와 업무배제 등 지난 5년간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벌어진 비극과 추악한 사례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사례 하나. 손정은 아나운서

2012년 170일에 걸친 MBC 파업 이후 여러 방송 업무에서 배제됐고 휴직 후 돌아온 2015년 이후에는 라디오 저녁 종합뉴스만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마저도 내려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임원회의에서 모 고위직 임원이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았다고 발언해 하차당했다는 거다. 그런데 난 그와 마주친 적이 없었다. 드라마 '몬스터' 조연출이 극중 앵커로 짧게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해와 담당 부장에게 보고했지만 (신동호)아나운서 국장이 '손정은 말고 다른 사람은 없냐'고 출연을 막았다.

예능 '경찰청 사람들' 제작진이 MC를 제의해왔음에도 아나운서국에서 무산시켰다. 가을 개편 때 라디오국에서 DJ로 추천했을 제외됐고 라디오 프로그램 DJ 대타가 들어왔을 때도 아나운서 국장이 ‘다른 사람 시켜라'라며 화를 냈다고 하더라. 지난해 3월 사회공헌실로 발령나던 날 사전에 이를 전혀 알지 못했고 당일 아침 아나운서 국장은 태연하게 인사까지 받았다. 오전 11시쯤 발령 공고가 뜨기 전 국장은 자리를 비웠고, 짐을 싸 다른 부서로 이동할 때까지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례 둘. 허일후 아나운서

2012년 MBC 파업 이후 출연 거부당한 일을 딱 50번까지만 세었다. 이후에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세는 걸 멈췄다. 파업 이후 미래전략실로 전보됐다가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왔지만, 3분 라디오 뉴스를 제외한 전 프로그램에서 출연 금지를 당했다. 제작진의 출연 요청이 있어도 부서장(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의 출연허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사례 셋. 김범도 아나운서(MBC 아나운서협회장)

파업 이후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고 11명의 아나운서가 부당 전보됐다. 얼마 전 지속적이고 상습적인 방송 출연 금지 조치에 절망한 김소영 아나운서가 사표를 던지는 등 모두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다. 방송 역사상 유례가 없는 비극과 고통을 겪었다. 가장 심각한 수준의 블랙리스트가 자행된 곳이 바로 아나운서국이었다.

 

사례 넷. 신동진 아나운서

파업이 끝나고 사회공헌실에 배치됐다. 부당전보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아나운서국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한국 아나운서협회장을 하며 협회보에 손석희 JTBC 보도 담당 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최승호 MBC 해직 PD 등의 인터뷰를 실은 것을 두고 회사 쪽이 문제 삼았다. 2014년 1월 비제작부서인 주조정실 MD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신동호 국장에게 이유를 묻자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는다. 회사는”이라고 대답했다.

 

사례 다섯. 이재은 아나운서

그 다음 차례(부당 인사 및 퇴사)가 누가 될지 알 수 없었고 한 번도, 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웠다. 다음은 나일까, 아니면 내 옆자리에 있는 선배일까. 사소한 의견 개진, 건전한 비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 동기 김소영 아나운서는 누구보다 유능했지만,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된 이후 무려 10개월 동안 방송을 못 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제 당했고, 결국 떠밀리듯 퇴사했다. 동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너머 자괴감, 무력감, 패배감 때문에 괴로웠다. 이제는 MBC에서의 뉴스 진행이 우리 아나운서들에게 ‘명예’가 아닌 ‘멍에’가 되었다.

사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페이스북 페이지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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