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남성그룹 라비던스의 베이스 김바울(30)이 특별한 꿈을 털어놨다.

 

JTBC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전국 갈라콘서트, 방송 출연, 첫 싱글앨범 구상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바울이 가을의 문턱에서 싱글리스트와 만났다.

블랙 컬러 라이더재킷에 검은색 슬랙스와 앵클부츠, 스트라이프 드레스셔츠와 흰색 라운드 티를 레이어드한 스타일링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185cm의 훤칠한 키에 작고 하얀 얼굴, 단발의 굵은 웨이브 헤어는 패션모델을 연상케 한다.

라비던스 팀 활동이 우선 순위이지만 개별활동을 병행할 예정인 그가 관심을 두는 분야 가운데 하나는 뜻밖에 모델 활동이다. 밀레니얼 세대 클래식 음악가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추세에 비춰보면 ‘돌출 행동’만은 아니지 싶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클래식 음악뿐만이 아니라 모델, 뮤지컬, 연기 다 도전해보고 싶죠. 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씨를 굉장히 좋아해요. 모델로서 큰 키가 아님에도 톱모델로 군림했고 현재 방송, 영화 두루 섭렵하고 계시잖아요. 열심히 살아가면서 다 이뤄낸 게 대단하다고 여겨져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모델을 선망했다. 멋있어 보였다.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서 많은 사람들 앞에 서고, 보여주는 게 멋져 보였다. 나를 통해 다양한 걸 알릴 수 있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기회가 된다면 잡지화보 모델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표현의 영역을 넓혀가고 싶단다. 묵직하고 단단한 목소리처럼 신중하고 속 깊은 성격의 김바울에게 모델링 꿈은 흔히 말하는 ‘겉멋’은 아닌 것으로 다가온다. ‘성악하는 모델’을 만날 일이 짐짓 기다려진다.

코로나19로 전국투어를 비롯한 공식 일정이 잠정 중단된 상태라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보다 넓은 장르의 음악을 들으려 애쓰는 가운데 경연 때 불렀던 곡도 다시 듣기한다. 당시엔 미쳐 파악하지 못했던 점들을 배울 수 있어서다. 그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OST인 ‘바람이 되어’를 경연 때 불렀는데 최근 드라마 전편을 역주행했어요. 그랬더니 노래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도가 생기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원래 오페라와 독일가곡 등 클래식 음악 외에 타 장르 음악도 즐겨 들었다. 재즈음악에 관심이 많아 그래미 위너인 재즈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의 팬이고, 영국 출신 기타리스트 겸 팝가수 브루노 메이저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어렸을 적 음악과 전혀 관련이 없었던 김바울은 교회 성가대 지휘자의 권유로 뒤늦은 나이인 스물두살부터 성악공부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이듬해 음대에 입학했다. 또한 경희대 성악과 동문들인 박현수 윤서준 최진호와 함께 졸업 후 ‘필로스’란 크로스오버 중창팀으로 1년 가까이 활동하며 극동방송 가스펠 경연대회에 참가해 장려상을 받았고, 가스펠 음반도 발매했다. ‘팬텀싱어3’ 공고가 뜨면서 팀 활동을 자연스레 접고 지원하게 됐다.

틀에 박힌 듯한 청춘의 궤적, 모범적인(?) 성악가의 모습과 사뭇 다른 그의 성향에 대한 궁금증이 모락모락 차올랐다. 유년기를 일본에서 보냈다.

“부모님이 선교사로 일본에 가셔서 오사카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졸업 때까지 거주했어요. 초등학교 다닐 땐 운동을 좋아해서 농구선수로도 활동했고요. 학교에서 가사일, 빨래법, 청소법, 요리법 등등을 체계적으로 배워서 아직까지도 습관으로 남아있어요. 걸을 때 조용히 걷고, 타인에게 피해주지 않는 소소한 일상의 태도들도 집중적으로 익혔던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흘러서 단어를 까먹긴 했지만 일본어로 일상회화가 가능할 정도는 돼요. 이후 스물여섯 살 때 다시 오사카에를 간 적이 있는데 과거와 달리 너무 정신 없어져서 낯설더라고요.”

현재 제1의 목표는 라비던스 활동이다. ‘팬텀싱어3’ 경연 때 불렀던 그리스, 이스라엘 곡이 현지에서 화제가 돼 초청 및 협업 연락이 계속 왔었다. 해외 진출의 금쪽 같은 기회였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현지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있었을 터다.

“아쉽지만 일단 국내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방송으로도 저희 팀과 음악을 많이 알려나가는 게 급선무인 것 같아요. 추석만 무사히 잘 지나간다면 ‘팬텀싱어 갈라콘서트’가 재개될테니 그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가끔씩 치솟는 조바심을 달래주는 보물은 팬들이다. 지난 9월 9일 생일파티 때 팬카페 ‘뷰티폴’ 회원들과 오십문답을 했을 때 “나에게 팬은 가족이고, 팬카페는 우리 집이다”라고 대답했다. 진짜 가족처럼 너무 큰 사랑을 보내주고 있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낀다. “묵묵히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최은희 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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