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클래식 음악인들을 주인공으로 했을까.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스물아홉 경계에 선 클래식 음악학도들의 아슬아슬 흔들리는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서정적인 로맨스는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설렘과 공감을 동시에 다 잡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재능은 부족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단단한 음대생 채송아(박은빈)와 재능은 차고 넘치지만 음악이 행복하지 않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를 중심으로, 현실에 발 딛고 있는 클래식 청춘들의 사랑, 꿈, 질투, 연민, 고민, 갈등 등을 풀어내고 있다. 특히 드라마를 집필한 류보리 작가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로 알려지며 관심을 모았다.

 

Q. 왜 클래식 음악 학도들을 주인공으로 했나?

클래식 음악가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매일매일 몇 시간씩 평생 악기 연습을 해온 사람들이다. 연습시간 인풋 대비 아웃풋의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것이 전혀 아닌데도 매일매일 연습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음악을 정말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 인물들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클래식 음악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류 작가의 믿음은 드라마 속 대사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7년간 연주차 해외를 떠돌던 준영이 가끔 서울에 들를 때마다 찾는 곳이 고궁이다. 서울은 급변해도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다. "현대음악도 연주하지만 바흐, 모차르트, 베토밴과 같이 변함 없이 존재하는 고전음악에 더 마음이 간다"는 준영의 말에 송아는 "그런 음악을 사랑해주는 준영씨 같은 사람이 있어서 지금도 굳건히 있는 게 아닐까요"라고 화답한다. 

 

Q. 주인공들이 모두 29살이다. 이유가 있을까

극중 인물들은 29살이긴 하지만 약간 독특한 상황이다. 송아는 대학을 졸업한 후 재입학을 했기 때문에 29살이지만 아직 학생이고 사회를 경험해보지 못했다. 준영이는 학교를 휴학하고 연주 투어를 다니다가 재충전을 하려고 몇 년 만에 복학하는 학생이기에 역시 현실 사회를 잘 모르고, 현호(김성철)와 정경(박지현)은 스물아홉 살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처음으로 학교, 학생 신분을 벗어난다. 29이라는 숫자보다는 음악만 바라보며 살아온 청춘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발을 내딛기 직전의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순간에 더 초점을 맞추고 봐주시면 좋겠다.

Q. 클래식 음악 전공자의 드라마 집필 과정은?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집필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을 거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반대로 다큐멘터리처럼 쓰게 될 가능성이 있어 어렵기도 했다. 고증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고 이를 극에 잘 녹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여러 전문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Q. 가장 신경 써서 집필한 장면은?

1회에서 송아가 무대로 나가는 스테이지 도어의 작은 창문을 통해서 준영의 연주를 보는 장면이다. 음대 입학이라는 꿈을 이뤘지만 4년 후에는 불안함 속에 있는 송아가 같은 나이지만 훨씬 큰 재능의 소유자 준영의 연주를, 자신은 결국 서지 못한 무대 뒤에서 본다. 그 순간 송아의 마음과 얼굴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쓰는 내내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반환점을 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채송아와 박준영의 사랑뿐 아니라 음악과 진로 등 성장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그려갈 예정이다. 매주 월화 밤 10시 방송.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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