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歌皇)’ 나훈아가 대한민국을 홀렸다.

지난달 30일 KBS 2TV가 방송한 나훈아 비대면 콘서트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15년 만에 TV 나들이에 나선 73세 제왕의 가창력과 쇼맨십, 무대연출을 안방에서 만끽할 기회였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시청률은 무려 29.0%로 집계됐다.

나훈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을 위해 노개런티로 이번 공연에 출연했다. 지난 23일 1000명의 관객과 비대면 공연을 했고, 그 현장이 이날 방송됐다.

공연 시작 즈음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거다”라고 호언했던 그는 2시간30분 동안 29곡을 선사하며 압도적 카리스마와 에너지로 공연을 끌고 갔다. 애절하면서 간드러진, 때로는 폭포수처럼 장쾌한 음색과 성량, 화려한 무대매너는 전성기 못지 않게 눈부셨으며 내공은 더욱 깊어졌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의 느릿느릿 질박한 말투는 여전했다.

고향·사랑·인생을 주제로 구성한 총 3부 분량의 공연은 '고향역' '홍시' '사랑'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 등 대표 히트곡을 망라했다. 지난달 발표한 신보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에 수록된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형!' 등 신곡 무대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테스형!'은 소크라테스에게 "세상이 왜 이래" "세월은 또 왜 저래" 묻는 가사로 입소문을 탄 곡. 나훈아는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고 한다"며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동건 아나운서와 대화에서는 훈장을 사양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가수 인생에 대한 철학을 밝히기도 했다. "세월의 무게도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엄청나게 무거운데 훈장을 달면 그 무게까지 제가 어떻게 견딥니까. 노랫말을 쓰고 곡을 만들고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나훈아는 60~70년대 ‘리사이틀 제왕’에 걸맞은 화려한 무대매너뿐만 아니라 의상도 뽐냈다. 찢어진 청바지부터 민소매 티셔츠, 핑크 컬러 재킷, 한복 두루마기 등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눈길을 붙들었다. 마지막 곡 '사내'는 공연 제목처럼 다시 힘을 내자는 응원으로 맺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형상화한 그래픽이 불길에 '펑펑' 터졌다.

나훈아는 공연 말미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 "분명히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하며 깊은 감흥을 더했다. 동시기 '세기의 라이벌'로 활동했던 남진이 가요와 예능프로에 자주 출연하며 친대중 행보를 벌이는 것과 정반대로 신비주의를 고수해온 희소성도 이날 공연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전국 각지와 일본, 호주, 러시아, 덴마크, 짐바브웨 등 세계 각국에서 지켜본 관객은 곡이 끝날 때마다 연신 "나훈아! 나훈아!"를 연호했다. 콘서트는 방송 당일 이른 오전부터 공연 후 심야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테스형!' 등이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KBS는 오는 3일 밤 10시30분 나훈아와 제작진의 6개월간 공연 준비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방송한다.

사진=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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