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필석이 뮤지컬 '썸씽로튼'으로 활약 중이다.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내며 연습했다는 그는 "뮤지컬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끼게하는 작품이다.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썸씽로튼'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해 내한 공연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올해 라이센스 무대로 초연됐다. 강필석은 주인공 닉 바텀 역을 맡았다.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를 이기기 위해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로부터 미래의 공연 '뮤-우지컬'에 대해 전해듣고 이를 준비하는 인물이다.

어딘가 살짝 부족한 예지력을 지닌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뮤-우지컬'은 누가봐도 요상한 작품이다. 그럼에도 닉은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밀어붙인다. 이를 연기한 강필석이 과연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도 궁금하다. 

"교훈 삼아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요.(웃음) 근데 제 성격으로 봐도 안 했을 것 같아요. 사실 전 고집불통이거든요. 제가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아요. 실제로도 전 마음에 안드는데 주변에서 하면 대박난다고 권한 경우도 많아요. 근데 결국은 안 했어요. 작품 선택할때 제 취향이나 기준을 중점으로 봐요"

"기준은 나이가 들면서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비극을 좋아했어요. 그게 왠지 더 배우같은 느낌이 있었거든요. 근데 나이가 좀 들면서는 순수한 비극은 잘 끌리지 않는 것 같아요. 좀 더 경쾌함 속에 숨은 비극들이 좋아요. 웃픈 상황들에 더 매력을 느껴요"

강필석이 연기한 닉 바텀은 극을 무대에 올리려는 가난한 예술가다. 동시에 동생과 아내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분명 유쾌하고 코믹한 작품이지만 강필석은 '가족'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전 '썸씽로튼'을 가족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닉은 아들같은 동생과 버팀목인 아내를 둔 아버지 같은 인물이죠.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애써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돈과 쌀이에요. 성공을 위해 '오믈릿'을 하려는게 아니에요. 나이젤이 좋은 작품을 썼다고 읽어보라고 했을 때 닉도 사실 그걸 알고 있어요. 훌륭하지만 안된다면서 '오믈릿'을 하자고해요. 돈이 필요하니까. 먹고 살려고 하는거죠"

"나이젤이 '형 날 속인거야?'라고 말할 때 닉은 '넌 이해 못해. 네 말이 맞지만 너도 아빠가 되고 성장하면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있어'라고 해요. 그런 장면과 대사들이 우리 부모님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동생 나이젤과 싸우고 아내 비아와 노래부를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또 나이젤에게 '네가 형을 업어줄때가 온거야'라고 할 때. 그때 정말 뭉클해요"

2002년 연극 '하륵이야기'를 기준으로보면 벌써 무대 데뷔 19년차다. 뮤지컬로만 보더라도 2004년 '지킬 앤 하이드'로 시작했으니 17년차 베테랑이다. 강필석은 "어쩌다보니 롱런하고 있다"고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예전엔 사실 배우를 오래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이 직업을 오래 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많이 선택하는 것도, 체력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해요. 또 생각이 많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고요"

"근데 이렇게 오래 하고있다는 것 자체로 영광스러워요. 시간이 갈수록 신구, 이순재 선배님 보면 '저 연세까지 활발히 연기하신다는게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구나' 느껴져요. 엄청난 노력이 아니면 불가능하거든요"

쌓이는 경력만큼이나 나이도 들어감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는 역할의 폭도 좁아진다. 하지만 강필석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현재를 살아가되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를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이유다. 

"앞으로의 일을 고민은 하고 있지만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는 그때 생각해봐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어차피 예상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으니까. 공부를 더 하고싶기도 해요. 배우로서 뭘 더 하면 좋을까 생각도 하고요. 전 그동안 욕심없이 즐기면서 해왔거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사진=싱글리스트DB, 한제훈(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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