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강도(?) 임창정X공형진X정상훈의 '로마의 휴일'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속깊은 리더 인한(임창정), 사고뭉치 형 기주(공형진), 꼼꼼한 막내 두만(정상훈)이 현금수송 차량 탈취에 성공하지만, 경찰에 쫓기다 '로마의 휴일' 나이트클럽에 숨어 인질극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로마의 휴일'은 인질이 인질범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스톡홀름 증후군'에 기반을 둔 영화다. 경찰을 위협하기 위해 시작한 인질극이었지만, 3인의 강도들은 100명이 넘는 인질들과 점차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 이들은 나이트클럽 안에서 며칠을 버티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정을 쌓는다. 더불어 인한은 자신을 체포하려 하는 형사 안반장(강신일)과도 우정을 나누는 독특한 사이가 된다. 

앞서 '창수'로 임창정과 호흡했던 이덕희 감독은 '로마의 휴일'에서도 짠내 나는 따뜻한 휴머니즘적 시선을 보여준다. 더불어 현 사회에 대한 비판·풍자도 엿볼 수 있다.

'로마의 휴일'은 대기업 회장 아들, 나이트클럽 사장, 구박받던 웨이터, 싱글맘 등 모두가 강도 앞 인질로서는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가난하게 살다 돈더미에 올라앉은 강도들을 통해선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평소 사장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웨이터에겐 역지사지 응징을 가능케 해 주고, 미성년자 인질은 선뜻 풀어주는 도덕적 모습도 보여준다.

더불어 고아원 출신의 세 강도의 성장과정, 철없는 강도로만 보였던 인한이 돈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특히 강도들과 인질들이 모두 '로마의 휴일' 속에서 즐겁게 춤추는,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엔딩 장면은 뭉클함을 안긴다.

'로마의 휴일'의 엔딩은 인상깊지만, 초중반엔 아쉬운 면이 여럿이다. 우선, 배우 활용법은 예상을 빗나간다. 코미디 배우로 이름높은 임창정, 정상훈이 진중한 캐릭터를 맡아 이들의 강점이 살지 못했다. 특히 '임창정표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아쉬울 부분이다. 

또한 배경을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얼굴 클로즈업이 연이어져 답답한 느낌을 주며, 빠른 속도감을 위해서인지 장면 전환이 툭툭 끊기는 느낌도 있다. 1990년대 한국 코미디 영화를 연상시키는 철지난 웃음코드와 19금 말장난은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삼총사와 인질들이 완전히 마음을 열고 절친해진 중후반부부터는 비로소 영화의 매력이 살아난다. 배우들의 감상도 이와 통한다. '로마의 휴일'을 보고 눈물이 났다는 공형진은 "안 되는 사람들이 되는 이야기,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정상훈은 "춤추는 엔딩장면이 뭉클했다. 계급, 계층 상관없이 모두가 다같은 사람이란 걸 보여주는 부분 같았다"고 언급했다. 러닝타임 108분, 15세 관람가, 30일 개봉.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