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천만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 2015년 나란히 천만영화에 등극한 '암살'과 '베테랑'. 천만영화가 연이어 여성 제작자의 손에서 탄생해 눈길을 모은다. 

'충무로 2세대 여성제작자' 군단으로 불리는 이들은 섬세하고 통찰력 있는 시선은 물론, 트렌드와 관객의 니즈를 빠르게 캐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기획실 등 현장을 경험하며 영화계에서 차근히 경력을 쌓아온 덕분이다. 

'택시운전사'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 대표는 제일기획, IBM을 거쳐 2003년 쇼박스 마케팅팀장으로 입사했다. 천만영화인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또 화제작 '웰컴 투 동막골' 등의 투자와 마케팅을 총괄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독립해 영화사 더 램프를 설립한 후로는 '동창생' '해어화'와 한중합작 블록버스터 '치명도수:리셋' 등을 제작했고 '택시운전사'를 5번째 작품으로 내놨다. 

박은경 대표는 "내가 잘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한다. 이미 이야기와 인물을 아는 것 같은 편안한 작품들에 당긴다"며 "앞으로도 '더 램프'란 제작사 이름처럼 세상을 조금이라도 비출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은데,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를 잇는 차기작인 '말모이' 역시 실화기반 영화로 일제강점기 때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드는 내용이다.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유명 감독인 남편과 '윈윈' 파트너십을 이뤄낸 경우다. 

안수현 대표는 신씨네 홍보마케팅, 싸이더스 FNH 제작부장, 영화사 봄 프로듀서를 거쳐 남편인 최동훈 감독과 함께 2009년 케이퍼필름을 설립했다. 

케이퍼필름은 첫 영화인 '도둑들', 두번째 작품인 '암살'로 쌍천만 신화를 이뤘다. 이들 작품은 각각 김혜수·전지현·김해숙, 전지현을 캐스팅하며, '남자 영화'가 지닌 한계를 넘어 풍성한 감정과 이야기가 오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현재는 또다른 기대작 '도청'의 촬영을 준비 중이다.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강혜정 대표는 1995년 영화 마케팅을 시작해 영화방 기획실, 김미희 대표의 좋은영화 제작부를 거쳐 남편인 류승완 감독과 2005년 외유내강을 설립했다. '부당거래' '베를린' 등 굵직한 작품들을 내놨다.

'베테랑'은 재벌가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오락영화란 점에서 개봉당시 스트레스에 차 있던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줬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의 경우 순제작비 220억의 블록버스터 '군함도'를 내놨고, 국내 최연소로 칸에 입성한 김태용 감독의 파격 영화 '여교사'로 색다른 시도를 했다.

사진=라운드테이블(지선미), 뉴스엔, '택시운전사' '암살' '베테랑'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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